진중권 vs 허지웅 '명량' 설전, 관객은 허무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14 07: 14

두 논객의 설전이 다소 허무하게 끝났다. 영화 ‘명량’을 두고 벌어진 영화 평론가 허지웅과 진중권 동양대교수의 신경전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당길만했다. 허지웅이나 진중권이나 평소 뚜렷한 주관과 날카로운 관점의 글, 발언으로 유명한 이들이기에 구경꾼들의 입장에선 두 비평가가 과연 역대 최단 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논할지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해 어떤 ‘내적 논의’들이 오고갈지 궁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설전은 진중권 교수의 깔끔한(?) 사과로 끝났다. 그는 허지웅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자 "그의 발언 취지가 왜곡된 거라면, '자질' 운운 한 것은 그의 말대로 불필요한 어그로(도발, 억지).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또 "허지웅이 자세히 썼다는 글은 아직 못 읽어봤고, 그저 뉴스검색에 이런 기사가 걸리기에 어이가 없어서 한 말"이라며 한 기사 링크와 함께 자신이 허지웅을 언급하며 비판했던 이유를 알렸다.
링크된 기사는 허지웅이 출연 중인 JTBC '썰전'의 내용이 담긴 기사. 허지웅은 지난 7일 방송된 '썰전'에서 '명량'에 대해 "61분 동안 전투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할리우드에서도 어려운 일"라고 장점을 언급했었다.

앞서 진중권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명량'에 대한 혹평을 게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6일 "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흥행은 영화의 인기라기보다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할 듯"이라고 트윗을 올린 이후 그는 자신의 발언을 발화점 삼아 쓴 기사가 나오자 다시 지난 12일 “그냥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그 얘기 했을 뿐인데, 거기에 '건전한 애국심'은 왜 나오며 '486세대' 얘기는 왜 튀어 나오는지. 미쳤어”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그는 “영화가 한 위인을 부각시킬 수도 있고, 민초들의 역할을 부각시킬 수도 있지요. 어느 경우든 그냥 좋은 영화를 만들면 됩니다. 영웅사관을 그렸다 하여 무조건 나쁜 영화인 것도 아니고, 민중사관을 부각시킨다고 저절로 좋은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죠”, “영화 외적 얘기들 늘어놓지 말고, 자기가 '명량'이 좋았다고 느꼈다면, 영화적으로 어떤 면이 좋았는지 얘기하면 됩니다” 등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이어진 글에서 "하다못해 허지웅처럼 전쟁 장면을 1시간 이상 끌고 갔다는 둥…. 물론 자질을 의심케 하는 '뻘소리'지만, 그래도 최소한 근거는 제시하잖아요"라고 '명량'에 대한 허지웅의 평가를 비판한 것.
허지웅은 곧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이미 그 단점과 장점을 간단히 글로 정리해 게시한 바 있는데도 정확한 소스확인 없이 본인 주장을 위해 대충 눙쳐 왜곡하면서 심지어 자질 운운한 건 진 선생(진중권)이 너무 멀리 간 듯. 저는 자질 언급은 안 하겠고 판을 깔고 싶으실 땐 조금만 더 정교하게"라고 지적했다. 또 "진 선생이나 나나 '어그로' 전문가지만 이건 아니죠. 저는 '명량'이 전쟁 장면이 1시간이라서 훌륭하다고 평가한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 '졸작'이라거나 '수작'이라거나 한 마디만 툭 던져 평가될 영화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죠. 장점도 단점도 워낙에 뚜렷하니"라고 '명량'에 대해 다시 한 번 평가했다.
진중권 교수와 허지웅의 설전이 시작된 건 애초 '명량' 때문이라기 보다 '영화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예로 허지웅을 들면서였다. 그는 허지웅이 '명량'의 장점을 최소한의 근거를 든 예로 언급하면서도 이를 '뻘소리'라고 규정하고 허지웅의 영화평론가 자질을 운운했다. 때문에 허지웅은 자신이 '명량'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왜곡됐다고 보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또 다시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온라인상 오해로 빚어진 소모전만 펼치게 됐다.
'명량'의 초고속 천만 관객 돌파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때문'이라며 따가운 눈초리들이 존재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순신 효과'라는 이야기도 있고, 전쟁신에서 거둔 성과를 칭찬하는 쪽도 있다. 이제 이 영화는 '아바타'를 이기고 역대 최다 관객 동원 작품으로의 등극을 앞두고 있다.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 의혹은 여러차례 논의가 된 적이 있지만, 같은 조건 안에서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허지웅의 말처럼 '명량'이란 영화 자체에도 '졸작'이나 '수작'이라 단순히 평가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한다. 그리고 아마도 대중들이 허지웅-진중권 같은 이들에게 원하는 건 그것에 대한 진단이나 해석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설전은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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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허지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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