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운널사’, 새삼 깨닫는 영민한 배우 장나라의 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8.14 08: 34

장나라의 연기자로서 가진 힘은 뛰어난 흡인력에 있을 게다.
주로 연약한 듯 강단 있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탓에 연기의 폭은 다소 좁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연기하는 ‘캔디’ 캐릭터는 10년이 지나도 푹 빠져서 보게 된다는 점.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어느새 챙겨보고 있다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배우 장나라의 연기가 안방극장에 통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도 극에 따라 변화를 주며, 지독히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하는 장나라의 힘이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도 어김 없이 드러나고 있다.
장나라는 현재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이건(장혁 분)과의 계약 결혼 파기의 아픔을 딛고 미술작가로 어엿하게 성장한 김미영을 연기 중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13회는 유산 후 이건에 대한 오해를 품은 채 유학을 떠났던 미영이 귀국하며 이건과의 재회가 이뤄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중반 이후 이 드라마는 이건과 미영의 오해로 인해 계약 결혼에 균열이 발생하고, 유산을 기점으로 두 사람이 안타까운 결별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13회를 기점으로 다시 유쾌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환점이 됐다. 그동안 어지간히 눈물을 쏙 빼놓는 연기를 했던 장나라는 고통 속에 더 단단해진 미영의 변화된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었던 미영은 3년의 시간 동안 당당하게 성장했지만, 그래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은 착한 성향은 여전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성공했지만 속내는 따스함이 넘치는 미영은 장나라의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감정 표현 덕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여전히 주변을 살피기 바쁘고, 모든 게 조심스러운 미영의 성향은 자신이 아끼는 아기 그림을 누군가 판매 예약을 했다는 이야기에 눈빛부터 입가까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집어넣은 섬세한 연기로 단번에 설명이 됐다.
장나라는 이 드라마에서 진부한 ‘캔디’ 캐릭터일 수 있는 미영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슬픔을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으로 연기하기도 하고, 특유의 큰 눈동자를 껌뻑거리거나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온몸을 활용한 연기를 보여줬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미영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장나라의 얼굴과 몸짓의 세밀한 변화 덕이었다. 연기를 할 때 하나의 장면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듯한 장나라의 연기는 이 드라마를 보는 팬들에게 왜 배우 장나라가 지난 10년 동안 ‘캔디’ 캐릭터의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는지를 수긍하게 했다.
물론 같은 캐릭터를 하면 대중이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식상할 수 있으나, 장나라는 제법 영민한 대처로 같은 ‘캔디’로 보이지 않게 조금씩 변화를 줬다. 가녀린 소녀 이미지를 활용하는 한편, 탄탄한 캐릭터 해석과 감정 조절에 탁월한 강점을 십분 활용한 그의 연기 인생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사실 장나라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코믹 연기로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장혁에 비해 자칫하면 밋밋한 연기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워낙 가열차게 망가지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장혁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나라는 다소 억지스럽고 매번 본 ‘캔디’라고 해도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흡인력을 갖춘 배우라는 것을 안방극장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jmpyo@osen.co.kr
'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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