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 도전한다’ 레슬링대표팀, ‘사점훈련’ 엿보니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14 14: 28

한 번 죽었다 깨어나야 끝나는 훈련이 있다. 바로 레슬링 국가대표팀이 자랑하는 '사점훈련'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이 36일 앞으로 다가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쉬는 법이 없었다. 14일 인천 아시안게임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남자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팀을 찾아 훈련을 엿봤다.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감독은 죽기 직전까지 선수들을 몰아세운다는 ‘사점훈련’에 한창이었다. 과연 이 훈련이 뭐길래 국가대표 선수들이 쩔쩔매는 것일까. 한 시간만 지켜봐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10시 30분에 모인 선수들은 가볍게 몸을 푼 뒤 본격적인 훈련에 임했다. 3분 동안 장애물이 설치된 매트를 빙글빙글 돌아 힘을 뺐다. 이후 선수들은 곧바로 안한봉 감독의 호령에 맞춰 2인 1조로 ‘패시브’자세로 전환했다.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5번 연속 매트에 꽂아야 다른 선수가 이어받는 식이다. 단 5분 만에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안 감독은 30분 동안 장애물 구보와 패시브를 반복시켰다. 10분이 지나자 매트가 땀에 흠뻑 젖었다. 선수들은 연신 고통을 호소했다. 안 감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대걸레로 땀을 닦아냈다.
국가대표 레슬링 훈련에 비교하니 군대 유격훈련은 장난이었다. 요령을 피우는 선수에게 곧바로 코치들의 불호령이 이어졌다. 훈련을 하지 않고 옆에서 구경만 하는 기자에게도 코치들이 악마로 보이기 시작했다. 식스팩을 자랑하는 선수들 사이에 있으니 뱃살이 찐 기자는 큰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30분 운동을 한 선수들은 겨우 5분 쉬고 다시 훈련에 임했다. 이번에는 2인 1조로 선수를 매트 바깥으로 밀어내는 훈련이었다. 나태한 선수는 곧바로 엄벌에 처해졌다. 감독의 한마디에 선수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불구덩이에 뛰어들 기세였다. 탈진하는 선수와 부상선수가 속출했다. 하지만 자비란 전혀 없었다.
훈련을 마친 뒤 안한봉 감독은 “엄하게 해야 선수들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한계에 이를 수 없다. 그 때 선수들을 혹독하게 잡고 끌어줘야 사점훈련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선수는 “하루 네 탕을 뛰는데 선수들도 혀를 내두른다. 태릉선수촌에서도 레슬링이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일반인이 받는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는 훈련이다. 하지만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웃었다. 고된 훈련에도 피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구호만 믿고 최선을 다하는 국가대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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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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