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줄만 알았던 장혁이 이토록 절절한 멜로를 보여줄 줄은 쉽게 상상치 못했다. 그는 장나라를 향한 뒤늦은 사랑을 코믹하면서도 애절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재회한 김미영(장나라 분)의 곁을 맴도는 이건(장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장혁은 코믹과 애절함을 넘나들며 눈물 겨운 '사랑 늦둥이' 건을 표현했다.
건은 우연한 기회로 미영과 만났다. 술에 취한 그는 미영의 호텔 방으로 잘 못 찾아들었고, 그 곳에서 그리던 미영과 조우했다. 건은 미영의 얼굴을 미처 만지지도 못한 채 "꿈에서라도 보니 참 반갑다"고 말했다.

건의 '짠내나는' 사랑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건은 미영의 전시회에 몰래 찾아가 미영을 지켜봤다. 그리곤 "김미영 씨 첫 전시회 진심으로 축복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면서 "그래도 나 당신봐서 좋았다"고 혼자 읊조렸다.
그리고 또 이어졌다. 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영과 만나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 제의했지만 이를 거절당했다. 돌아온 것은 "우리는 어떻게든 안 마주치는 게 좋을 거다"는 미영의 거부감이었다. 또 건은 여자팬으로 정체를 숨긴 채 미영과 다니엘(최진혁 분)의 이야기를 상담해야했고, 마지막엔 다니엘에게 프러포즈받는 미영을 지켜봐야 했다.
이처럼 건은 한 회 내내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이를 되돌려받았다. 드라마의 러닝타임 한시간동안 그는 불쌍한 남자였다.
이런 건을 연기한 장혁은 절절한 눈빛과 표정으로 미영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꿈 속인줄로만 알았던 미영과의 재회에서 닿을 듯 닿지 않는 미영에게 손을 뻗어 건의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촉촉히 맺힌 눈물과 눈빛이 이 장면 속 건의 절절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한 미영의 전시회에서 몰래 이를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은은한 '엄마 미소'로 건을 연기했다. 극 중 건의 미소에는 미영을 보게 돼 좋은 마음과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장혁이 보여준 미소에는 건의 이러한 복잡한 마음과 상황이 담겨있었다.
미영에게서 다니엘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는 또 다시 코믹한 건으로 돌아갔다. 장혁은 코믹한 건과 애절한 건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장혁은 진한 멜로로 기억되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KBS 2TV '추노', '아이리스2', SBS '뿌리깊은 나무', '타짜' 등 멜로를 강조하는 작품은 드물었다. 물론 그가 12년전인 2002년 장나라와 호흡을 맞췄던 SBS '명랑소녀 성공기'가 있지만, 이 또한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그렇기에 '운명처럼 너를 사랑해'에서 장혁이 보여준 멜로는 한동안 잊고 있던,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는 코믹한 한 방으로 초반 기선을 제압하고, 이제 절절하고 '짠내'나는 멜로로 또 다른 장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으로, 모르는 남자와 우연한 하룻밤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된 한 여자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한 남자의 예기치 않은 사랑 이야기다.
mewolong@osen.co.kr
'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