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둘러보니 치유가 되는 여행 아닌 여행이었다.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네 한바퀴’가 동네 여행이라는 역발상으로 바쁜 일상에 쫓겨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물했다. 여행은 거창하게 굳이 긴 시간, 해외로 나가거나 잔뜩 짐을 꾸려 산과 들로 캠핑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동네 한바퀴’가 우리에게 알려준 소소한 행복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동네 한바퀴’는 동네 여행을 주제로 서울 서촌(청운동, 효자동)을 둘러보는 방송인 신동엽과 노홍철, 배우 여진구, 건축가 오영욱의 모습이 담겼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재미를 선사했던 이지선 PD의 장기와 안목은 또 한번 통했다. 그야말로 가공적인 재미를 최소화하고 담백하게 동네 여행의 즐거움을 전달했다.

중심은 건축가 오영욱의 동네 소개였다. 서촌의 역사적인 배경과 변화, 그리고 건축학적인 가치까지도 차근차근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의 장황하지 않은 설명은 동네라는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힘이 있었다. 여기에 서촌 출신의 신동엽이 동네 곳곳을 둘러보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격세지감에 잠겨 미소 짓는 일이 반복되는 장면 역시 ‘동네 한바퀴’의 매력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아니면 그 옆동네를 여행한다는 구성은 새로운 안식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여행은 무릇 멀리, 그리고 색다르게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동네 한바퀴’는 동네라는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발길을 조금만 더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장소 탐방에 집중했다. 역발상이었다. 일상을 색다르게, 그러면서도 가공하지 않고 편안하게 접근했고 이는 파일럿 방송인데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장치가 됐다. 더욱이 제작진은 감각적이고 재치 넘치는 구성을 귀엽게 꾸민 자막에 담아 ‘동네 한바퀴’의 완성도를 높였다.
‘동네 한바퀴’의 동네 여행이 바쁘고 정신 없이 살다보면 놓칠 수 있는 있는 그대로의 편안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고마움을 느끼는 치유의 시간이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물론 여행 프로그램답게 엉덩이를 들썩거릴 정도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자극한 것은 당연했다.
‘동네 한바퀴’는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이 결정되는 파일럿 프로그램.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다려지는 ‘동네 한바퀴’가 정규 편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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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