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을 시청하는데 있어서, 세계문화유산인 나스카라인을 눈으로 봤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 7대 불가사의보다 그를 접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유희열이나, 경비행기를 타고 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도전에 성공했다는 것에 감격해하는 윤상의 표정이 더욱 시선이 간다. 이색적인 눈요깃거리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는 프로그램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이 여행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기 바쁜 세 남자의 인간미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5일 방송된 ‘꽃보다 청춘’은 여행을 함께 하며 서로의 표정 하나, 행동 하나에 배려를 하며 톱니바퀴 돌 듯 여행의 발걸음에 힘을 보태는 윤상, 유희열, 이적의 모습이 담겼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름답고 신기한 페루의 곳곳보다는 여행자 3인방의 인간미가 마음에 와닿았다. 고산병으로 아픈 윤상은 동생들에게 미안한 동시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연로한 것을 티낸다”며 자책하고, 동생들의 배려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어떻게든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 애를 썼다. 자존심이 세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의 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유희열과 이적이었다.
두 사람은 아픈 윤상을 신경 쓰는 한편, 여행을 멈추면 더욱 마음을 쓸 윤상을 위해 따로 움직였다. 따뜻한 커피를 사서 윤상의 침대 곁에 두는 유희열, 싸고 좋은 숙소를 찾기 위해 몰두한 이적,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투정보다는 다른 이들을 걱정하기 바쁜 맏형 윤상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했다. 조금이라도 더 어렸다면, 아니면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았다면, 가능했을 배려일까 울림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40대라는 나이가 그렇다. 20대처럼 날카롭지도, 30대처럼 가열차게 힘을 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점점 소외되는 감정이 크게 다가와 오해가 쌓일 수 있는 50대 이상의 나이와 다르다. 자연스럽게 쌓인 연륜에, 3인방 특유의 감성적인 성격은 이들의 여행에 있어서 배려 가득한 발걸음을 만들었다. 우리가 아는 1990년대를 풍미했고 현재까지 음악계를 주름잡는 이 세 명의 가수들은 고맙게도 지성과 감성을 고루 갖춘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유독 이들의 페루 여행이 시청자들에게 ‘진짜 여행’이라는 호평을 받는 것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을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꽃보다 할배’의 노년 여행은 정녕 ‘무한도전’에 가까웠고, ‘꽃보다 누나’의 여자 스타들의 여행 역시 환상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꽃보다 청춘’은 40대 아저씨들이 여행의 즐거운 민낯인 고난을 담으면서, 이들의 인간미가 발휘되는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있다.
나긋나긋하게 서로를 유난스럽게 챙기지 않아도 커피 한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는 결단 하나만으로도 3인방의 배려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은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속에 담긴 거대한 그림인 나스카라인보다 이들의 대화와 작은 표정 변화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그만큼 ‘꽃보다 청춘’을 비롯한 ‘꽃보다’ 시리즈의 감성을 자극하는 구성 때문일 터다.
화려한 여행으로 얻는 외적인 즐거움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유독 이번 ‘꽃보다 청춘’이 주목하는 아저씨들의 우정과 배려는 그 어떤 신기한 광경보다 아름답고 감동을 안긴다. 페루 여행을 꼭 가겠노라 말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것은 3인방의 여행이 누군가의 손을 잡고 떠나고 싶은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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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