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승리는 왜 유독 짜릿할까.
한화는 리그 최하위 팀이다. 올 시즌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6월15일 9위로 떨어진 이후 두 달 동안 최하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한화 경기는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승리를 거두는 날 더 그렇다. 자주 못 이기는 팀이라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8-6 승리를 거둔 15일 대전 롯데전이 힌트가 될 수 있다. 이날 한화는 4-0으로 리드한 경기가 5-6으로 역전돼 자칫 패할 수 있었지만 6회 김경언의 1타점 2루타로 곧장 재동점을 이룬 뒤 8회 사사구 3개와 안타 그리고 상대 실책에 편승해 2점을 얻어 재역전승했다. 그렇다. 비밀은 바로 역전승에 있다.

한화는 올해 38승 중에서 23승이 역전승이다. 역전승 횟수만 놓고 보면 시즌 순위 1~3위의 삼성(28회) 넥센(26회) NC(26회)에 이어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역전승이 전체 승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0.5%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승리의 절반 이상이 역전승이라 이길 때마다 짜릿하다.
역전승도 그냥 역전승이 아니다. 경기 종반 8~9회에만 뒤집은 게 무려 7경기에 달하는데 이는 1위 삼성(10회)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것이다. 9회 이후 역전승도 한화는 4경기로 삼성·롯데와 함께 리그 최다 기록. 심지어 끝내기 승리도 4차례 있는데 LG(5회)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것이다.
한화의 역전승은 점수차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4월1일 대전 삼성전에서 4점차를 뒤집은 것을 시작으로 5월24일 잠실 두산전(0-7→12-8) 6월10일 광주 KIA전(1-8→16-15)에서는 무려 7점차 열세를 딛고 역전승을 일궈냈다. 3점차 이상 뒤지다 역전한 것만 해도 7경기 된다.
선수단도 이제는 쉽게 지지 않고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팀 내 최다 6승을 올리고 있는 마무리 윤규진은 "팀이 역전했기에 6승이나 할 수 있었다. 타자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다. 지고 있더라도 '한 번 이겨보자'라며 역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타자들의 끈기와 집중력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안영명·박정진·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3인방이 경기 중후반 상대의 공격을 억제하며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순위는 최하위지만 마지막까지 상대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하는 팀이 '역전의 명수'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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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