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야구야구]김종모 수석코치, 피에 위해 '후다닥' 움직인 사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16 06: 30

"피에가 빠지면 안 되지".
한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29)는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에서 하마터면 퇴장당할 뻔 했다. 4-8로 뒤진 7회 2사 3루에서 피에는 롯데 투수 이정민의 높은 커브에 체크스윙했다. 구심을 맡은 박기택 심판이 헛스윙 콜을 했고, 피에는 삼진 아웃으로 처리됐다.
그 순간 피에는 분을 이기지 못하며 방망이를 집어 던지고 양 팔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로 불만을 표출했다. 피에의 격한 반응에 박기택 심판도 피에를 향해 다가서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심판과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선수는 무조건 퇴장된다.

이때 한화 덕아웃에서 김종모(55) 수석코치가 '후다닥' 움직였다. 득달같이 뛰어나온 김종모 수석은 박기택 심판과 피에 사이를 뜯어놓았다. 이어 박기택 심판을 붙잡고 무언가를 설명한 뒤 피에를 진정시켰다.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일촉즉발의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튿날 김종모 수석은 이날 상황에 대해 "가만히 놓아두면 아마 피에가 퇴장당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빨리 나와서 말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심판에게도 '피에가 자기 스스로에게 화내는 것이니까 봐달라'고 이해를 구했다"라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코치가 심판을 말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지만, 김 수석은 팀과 피에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9년 후배가 되는 심판을 적극적으로 말리며 애써 상황을 정리했고, 피에도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김 수석은 "우리팀에서 피에가 빠지면 안 되지"라며 자신의 체면은 상관없다고 했다.
피에는 지난 5월7일 잠실 LG전에도 스트라이크·볼 판정 불만으로 퇴장당한 바 있다. 그때 구심도 박기택 심판. 당시에는 제재금 50만원으로 끝났지만 만약 이날마저 퇴장됐다면 가중처벌로 출장정지 징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종모 수석의 체면을 내던진 '후다닥' 빠른 움직임이 피에를 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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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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