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죄수의 딜레마 녹인 불꽃 심리전 '신의 한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8.16 19: 46

‘무한도전’이 심리전에 죄수의 딜레마를 녹였다. 신뢰가 확고하다면,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지만 잠시 ‘의리’를 접어둔 까닭에 살떨리는 배신이 판쳤다. 서로 믿지 못해 궁지에 몰리는 멤버들의 고뇌를 담으며 흥미를 자극했다. 여기에 제작진이 마련한 심리 대결 장치들은 기상천외했다.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상암 MBC 신사옥을 배경으로 치열한 심리전인 ‘도둑들’ 특집으로 꾸려졌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여섯 멤버들은 예능본부장에 있는 기밀문서를 훔쳤지만 그만 꼬리가 밟혔다. 이제 수사관과 멤버들의 심리 대결이 시작됐다.
죄수의 딜레마를 접목한 심리전이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자가 격리된 후 서로를 믿지 못해 범죄 사실을 공표하면서 형량이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범죄 사실을 인정 안 해도 되지만, 다른 멤버가 지목하면 곤경에 빠진다는 수사관의 말을 통해 혼란을 조성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멤버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들만 쏟아냈다. 가중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멤버들은 각자 한명씩 방에 갇혀 기밀문서를 훔친 후 본 멤버를 말하라는 취조를 당했다. 정준하는 요구르트를 주겠다는 말에 박명수와 정형돈이 예능본부장실에 들어갔다고 밀고했다.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노홍철은 일단 기억이 없다고 발뺌하고, 목격자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명수와 정형돈이 기밀문서를 훔쳤다고 지목했다. 정형돈도 유도신문에 넘어갔다. 그는 기소 유예의 유혹에 넘어가 멤버들을 팔아넘겼다. 박명수는 컴퓨터를 못한다는 이유로 주범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이어 그는 정형돈이 범인이라고 술술 풀어냈다. 유재석과 하하는 의리를 지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여섯 멤버들은 옥에 갇혀 단 한명만 석방된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 주범을 지목하라는 모두 침묵하면 곤장 5대를 맞고 끝나지만, 누군가 배신하면 배신자 제외 20대 맞는다는 목소리는 멤버들을 고뇌에 빠지게 했다. 박명수-정준하-노홍철은 정형돈의 이름을 적었고, 유재석-정형돈-하하는 의리를 지키며 이름을 적지 않았다. 배신자가 누굴 지목했는지 알려주면서 혼동은 가중됐다. 이제 정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벼랑 끝 대결이 시작됐다.
이후 멤버들은 한데 모여 ‘다시 태어나면 노홍철과 하하 중  누구로 태어나겠느냐’라는 기상천외한 토론을 벌였다. 소수 의견이 나오는 사람만 벌을 받지 않는 예상 외에 전개에 또 한번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죄수의 딜레마로 한번 몰아친 심리 대결은 토론과 소수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팍팍한 대결에 피말리는 두뇌싸움을 벌였다. 심리전의 최종 결과는 이날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으며, 1주일을 더 기다리게 됐다.
이날 ‘무한도전’은 지난 9년간 쌓아온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잠시 내려놓고 반목을 거듭하는 멤버들의 모습 속에서 흥미를 발견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신을 조장하는 환경 속에서 심리싸움을 하는 멤버들의 갈등은 심리전의 묘미였다.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미 여러차례 심리전을 통해 교묘해진 두뇌사움을 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죄수의 딜레마를 활용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무엇보다도 수사관의 활약도 컸다. 멤버들을 압박해 자백을 하게 만들며 쫄깃한 재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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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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