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만 생각한' 이동국, 대기록 작성은 운명이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8.17 06: 01

팀 승리를 우선시하며 경기에 임한 이동국(35, 전북 현대)에게 대기록 작성은 운명과 같았다.
이동국은 1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서 선발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동국은 전반 35분 이승기의 골을 도운 이후 후반 46분 추가골을 터트려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득점으로 전북 소속 100호골을 기록한 이동국의 활약 속에 전북은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의 흐름은 이동국이 가져왔다. 선제골을 이동국이 만들다시피 한 것. 아크 왼쪽에서 공을 잡은 이동국은 짧은 순간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이동국의 앞에는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으로 움직이는 이재성과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 위치한 이승기가 있었다. 이동국은 이재성의 움직임에 상대 수비수들이 쏠리는 것을 파악, 한 템포를 죽이고 이승기에게 공을 건넸다. 이동국의 패스에 노마크 기회를 잡은 이승기는 손쉽게 골을 넣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이동국에게 많은 의미가 있었다. 이날 전까지 이동국은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한 후 99골을 기록 중이었다. 전북 소속 100호골 달성이 눈 앞에 있었던 경기였다. K리그 역사상 한 팀에서 10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데얀(122골, FC 서울)과 김현석(울산, 110골), 윤상철(서울, 101골)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동국의 득점 욕심은 어느 때보다 강해야 했다.
하지만 욕심보다는 팀의 승리가 중요했다. 이날 전까지 전북이 포항과 공식 경기서 6연패(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동국은 직접 슈팅을 시도하지 않고 이승기에게 양보를 했다. 이동국의 전북 100호골 도전이 이날 경기에서 중단되지 않고 다음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했지만, 실제로 이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동국은 선제골 장면에서 자신이 직접 슈팅을 시도하지 않은 점에 대해 "슈팅 기회이기도 했지만, 파고드는 이승기가 노마크 상태였다. 내가 슈팅을 해서 골을 넣을 확률보다 승기가 넣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패스를 받은 승기가 정확하게 마무리를 해준 것 같다"면서 자신의 도움보다는 이승기의 마무리가 더 큰 역할을 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순간적으로는 이동국 개인에게 아쉬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동국의 선택은 현명했다. 이승기의 선제골로 이동국에 대한 견제가 약해졌고, 그 틈을 탄 이동국이 후반 46분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선제골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골도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나왔다.
운명과 같은 득점포로 이동국은 전북 소속 100호골을 기록함과 동시에 전북을 포항전 6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이동국이 명실상부한 전북의 레전드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양보를 결정했음에도 승리와 대기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이동국으로서는 기쁨이 두 배가 됐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