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벨 나비효과?’ LG, 2루 주인 잃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17 05: 59

숨 가쁘게 달리던 LG가 4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비틀거리고 있다. 한 번 더 박차를 가해야하는데 2루가 물음표다. 2루수로 출장 중인 박경수 김용의 황목치승 중 누구도 공수 모두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면서 시즌 막판까지 베스트 내야진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러다간 시행착오만 반복한 채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할지도 모른다.
사실 LG에는 확실한 주전 2루수가 있다. 2012년 12월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손주인이 2013시즌부터 도약,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내야수가 됐다. 손주인은 지난해 내부경쟁에 승리해 주전 2루수가 됐고,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오지환과 함께 LG 내야진에 안정을 가져왔다. 올 시즌에는 타격(16일까지 타율 3할6리)도 향상되며 공수만능 2루수로 진화했다. 하지만 손주인은 앞으로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2루수로 뛰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현재 손주인의 자리는 3루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루가 LG의 최대고민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 스프링캠프서 세웠던 내야진 구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조쉬벨의 퇴출, 그리고 김용의의 3루 적응 실패로 3루에 큰 구멍이 났다. 이를 손주인이 2루에서 3루로 이동하며 기적적으로 메웠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최근 손주인이 3루서도 안정된 수비를 펼치는 것을 두고 “주인이의 3루수 전환이 우리에게는 마지막 카드였다. 조쉬벨이 나가고 제대로 3루를 맡아줄 선수가 없었다. 2루수와 3루수는 완전히 다른 자리다. 2루수의 경우 포수의 사인을 보고 투구 방향과 타구의 성질을 계산할 수 있지만, 3루수는 포수의 사인이 보이지 않는다. 2루수에게 양 옆이 중요하다면, 3루수는 앞뒤가 중요하다”며 “주인이가 정말 힘든 일을 해냈다. 고마운 마음뿐이다. 내년에도 주인이에게 3루를 맡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주인의 3루 전환 성공으로 한 숨 돌리는 듯했는데 이제는 2루가 문제다. 수비만 놓고 보면 박경수가 가장 안정적이지만 1할대 타율로 타석에서 기대치가 낮다. 김용의도 2루수로서는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LG 코칭스태프는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유격수 자리를 메운 황목치승에게 2루를 맡겼다. 그런데 황목치승은 2루수로 첫 선발 출장한 15일 잠실 NC전과 16일 대구 삼성전서 불안했다. 삼성전에선 결정적 순간 에러를 범하기도 했다. 
사실 황목치승에게 수준급 수비를 바라는 것 자체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타격도 그렇지만 수비 역시 1군 경기 경험이 중요하다. 특히 내야수는 구장마다 다른 잔디의 특성을 확실히 파악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천연잔디를 쓰는 잠실 문학 사직 광주 대전 모두 다른 잔디를 쓰고 있다. 같은 천연잔디라고 해도 잔디 생산지가 다르기 때문에 내야타구 스피드는 천차만별이다. 인조잔디가 깔린 목동 대구 마산도 그렇다. 각기 다른 공정법의 인조잔디라 경험 없는 내야수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황목치승의 안정적이지 못한 수비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력부족보다는 경험부족이다. 황목치승은 불과 두 달 전만해도 퓨처스리그만 경험한 신고선수였다.
2루수 고민에 대해 유지현 코치는 “수비만 놓고 본다면 경수가 용의와 치승이보다 한참을 앞서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수는 군입대전에도 꾸준히 2루수로 출장했다. 경험이 많은 만큼, 수비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도 이미 다 갖춰진 상태다”며 “용의는 1루 외에 다른 포지션에선 아직 안정감이 부족하다. 치승이는 2루수보다는 유격수와 3루수가 더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현재 두 자리가 확고해진 만큼, 치승이를 선발 출장시키려면 2루 밖에 없는 상태다”고 답을 찾지 못했다.
결국 조쉬벨이 4월 타석에서 보여준 폭발력의 반만 유지했어도 이런 일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손주인은 3루로 가지도 않았고 지금까지도 2루를 든든하게 지켰을 것이다. 조쉬벨 퇴출의 나비효과로 LG는 시즌 끝까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LG는 마운드의 팀이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타격쟁탈전 승리보다는 저득점 마운드 싸움에 의한 승리가 많다. 마운드의 팀이 이기려면 탄탄한 수비는 필수다. 투수의 호투에 야수들이 응답해줘야 경기가 쉽게 풀린다. LG가 올 시즌 남은 28경기서 2루수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이와 동시에 4강 진입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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