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권율 "일희일비 없는 최민식, 나의 장군님"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8.17 08: 57

전에 본 적 없는 이순신의 아들. 그렇기에 배우 권율의 이회는 특별했다. 관객들에게 장군 이순신을 넘어 아버지 이순신의 따뜻한 면모를 느낄 수 있게 이끈 이가 이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1400만 관객을 넘어 최고 흥행작이 된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의 기록적인 흥행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환히 웃으며 "감사하다"라고 화답하는 그다. 아버지 최민식의 반응도 함께 물으니 권율은 "일희일비 하시지 않는다. 여전히 차분하시고 고요하시다"라고 대답, 최민식의 성향과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제 역할은 다들 알고 있었던 성웅 이순신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인간 이순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영광스럽게 생각 했어요. 이회란 아들은 실제로도 저러지 않았을까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랬죠."
스펙터클한 해전 신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배우로서는 아쉽기도 했단다. 영화적으로는 조선군과 왜군이 싸우는 데 3자의 역할을 한 것. 하지만 권율은 그 자리를 객석,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칼을 휘두르는 것도 의미있었겠지만, 어찌 보면 아쉬움보디 감사함이 더 큰 포지션이였던 것 같아요."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에 대해 "카리스마 가득 하시지만 고운 디렉션을 하신다"라고 설명하는 그에게 김 감독이 왜 이회 역에 본인을 선택한 거 같냐고 물었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힘들었을 때가 많았어요. 능동적인 행동을 앞세우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거기에 복합적인 백성의 감정도 있었죠. 관객들이 이회를 통해 바라보며 인간 이순신을 느끼게 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해야 했고요. 굉장히 혼란스러워 감독님께 '왜 저를 캐스팅했어요?'라고 물었는데, '네가 연기를 유려하게 잘 해서도 아니고, 조각처럼 멋져서도 아니다. 이회는 온전히 장군의 마음을 받아야 하고 안아야 하는데 그 마음이 보였다'라고 대답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정말 감사하게 연기 했죠."
온전히 장군님의 마음을 아는 데 집중했다는 그다. 촬영 중간에 연기적으로 고민이 될 때,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어보기도 했다. 그 때는 아버지가 써 놓은 일기를 나중에 자식이 커서 꺼냈을 때처럼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고. 아버지이자 장군인 이순신이 자신에게 닥친 어두운 상황에서 하나 하나 등불이 꺼질 때까지 어떻게 싸워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이 아닌 역사의 기록이란 생각이 드니 몸이 떨릴 만큼 확 다가왔다고 한다. 
이회 캐릭터 작업을 하면서 온전히 이순신에 대한, 더불어 이런 이순신을 연기한 선배 최민식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고, 알려고 했다. "마치 소조라는 느낌이였어요. 지금까지는 조각처럼 덩어리에서 깎아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회는 뼈대에서 붙여나갔죠. 그 사이즈도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였어요. 얼마나 크게 만들까, 그런 사이즈의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마음만 쫓아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하면 할수록 이회 캐릭터의 완성도가 깊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업은 역으로 접근했죠."
인터뷰 동안 최민식을 아버지 혹은 장군님이라 부르며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내는 그에게 후배가 보는 최민식은 어떤 사람이고 연기자인지 물었다.
"아버지 장군님의 진실된 마음은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니실 때가 없어요. 연기하실 때 그 집중도가 엄청나신데, 풀어주실 땐 또 풀어주세요. 그러면서도 후배들에게 늘 좋은 말씀을 강조하시고요. 선배님의 솔선수범이 현장에 쫙~퍼졌어요. 농을 하시면서도 '배우로서 이것만은 기억해라'는 핵심을 편안하게 알려주시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주구장창 좋은 얘기만 해주셨다면 그러지 않았을거예요. 딱 10분 정도 정확하게 알려주시는데, 아버지가 느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현장에서는 그런 장군님에게 에너지를 보태 드리고 싶었어요. 살아가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고민 상담할 수 있는 든든한 아버지를 얻었다는 게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다시한 번 '명량'의 작업을 하게 된다면, 이회가 아닌 어떤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냐고 묻자 "이회를 계속 하고 싶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로 아무 역할과도 바꿀 수 없어요. 이회는 착한 아들이자 그 나이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 청년이죠. 만약 다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 나이 대의 그런 혈기왕성한 모습, 더 뜨거운 무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이번 이회가 침착하고 강직한 모습이었다면, 착하고 올곧고 아버지를 지지하는 마음이 중심에 있으면서도, 자기가 먼저 나가 싸우고 싶기도 하고, 끌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무인 청춘의 느낌을 좀 더 덧붙여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브레인', '우와한 녀', '천상여자',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피에타', '잉투기' 등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넘나들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을 묻자 "매 작품에서 배우고 얻었다"라는 성숙한 대답을 하는 그다. 이런 그에게도 1400만 관객을 넘어 역대 우리나라 최고 흥행작이 된 '명량'은 그 숫자로나 메시지로나 남다를 것이 분명했다.
"'명량'이라는 영화를 사랑해주셔서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배우로서 감히 언제 경험해 볼 지 모를 일들을 경험케 해 주신 데에 정말 감사하죠. 417년 동안 이순신 장군에 대한 국민들의 그리움과 존경심이 꾸준히 남아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장군님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요. 영화가 교육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광화문 사거리에 세워져 있는 조각상이 단순한 조각상을 넘어 어떤 인물이었는지 생각하게끔 하는 여유를 드릴 수 있는 작품이란 것이 배우로서 행복한 것 같아요. 이회로서는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이순신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접근한 캐릭터였어요. 이순신을 단순히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힘겹게 자신을 내던지며 싸웠던, 그런 인물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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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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