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처음으로 합의판정에서 웃었다. 경기 결과까지 그랬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7-4로 승리했다. 5회말 합의판정 과정에서 뽑은 1점이 균형을 깼고, 이후 불펜이 호투한 두산은 승리를 지키며 4위 롯데와의 승차가 없는 5위로 올라섰다.
이날 두산은 처음으로 합의판정에서 이겼다. 그리고 이 합의판정을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결승점이었다. 지난 7번의 합의판정 시도에서 한 번도 결과를 뒤집지 못했던 송일수 감독은 처음으로 합의판정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고, 승리까지 한 번에 가져갔다.

상황은 팀이 3-3으로 맞서던 5회말 2사 1, 3루에 일어났다. 타석에 들어선 호르헤 칸투는 이정민을 상대로 3루측 파울라인 안쪽으로 굴러가는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렸다. 접전 상황에서 김준희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두산 벤치는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칸투의 발이 황재균의 송구보다 먼저였다. 최초의 판정은 뒤집어졌고, 두산은 4-3으로 다시 리드했다. 그리고 윤명준-정재훈-이현승-이용찬이 이어 던진 불펜이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를 지켜냈다. 함께 4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롯데를 맞아 만들어낸 값진 2연승이었다.
이 합의판정은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두산은 합의판정으로 1점을 얻어낸 뒤부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기세를 올린 칸투는 7회말 돌아온 자신의 타석에서 좌전 적시타로 팀에 여유를 안겼다. 계속된 접전 상황에서 불펜이 역투를 펼쳤고, 8회말 민병헌의 투런홈런까지 나오며 두산은 점점 승리에 가까워졌다.
만약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거나 두산이 기회를 그냥 지나쳤자면 승부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3-3에서 롯데가 위기를 넘어갔다면 승부의 균형을 깬 것은 롯데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칸투의 판단력과 송일수 감독이 결단은 흐름을 두산쪽으로 가져왔고, 그 지점이 바로 승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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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