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2선발’ 유희관, 두산 4강 경쟁 힘 싣는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18 06: 09

유희관(28, 두산 베어스)은 후반기 들어 부쩍 말수가 줄었다. 줄어든 말수, 그리고 어느덧 길게 자란 수염은 전반기와는 사뭇 다른 유희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수염을 기른다기보다는 자르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9승(7패)째를 달성한 유희관에게 이에 대해 묻자 “패할 때까지 면도를 안 하겠다고 했다. 수염을 깎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팀이 승리할 수만 있다면 면도는 안 해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희관에게 수염이란 팀 승리를 향한 의지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 4월 유희관은 승승장구했다. 4월 5경기에서 유희관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04로 빼어난 투구를 했다. 리그 4월 MVP도 유희관의 차지였다. 하지만 5월부터 차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이 5점대까지 치솟았다.

그런 유희관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며 달라졌다. 5~7월 동안 매월 6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던 유희관은 8월 들어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0으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박종윤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5이닝 3실점했지만, 이전 2경기에서는 13이닝을 책임지며 자책점이 1점에 불과했다.
계속되는 패배로 힘겨운 4위 싸움을 하고 있던 두산은 유희관이 점차 4월의 모습과 가까워지면서 4위를 탈환하기 위한 동력을 얻고 있다. 복귀한 더스틴 니퍼트와 달라진 유희관이 지금과 같은 기세로 원투펀치를 형성하면 경쟁 그룹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 니퍼트의 복귀 시기가 맞물리며 니퍼트와 유희관은 선발 등판 순서로 봐도 원투펀치가 됐다.
최근에는 특유의 유쾌함보다 묵묵히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유희관은 두산 마운드의 희망이다. 7월까지는 니퍼트 외엔 믿을 수 있는 선발 자원이 없었지만 지금은 유희관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유네스키 마야까지 적응을 마치면 선발진은 전과 다른 구색으로 재편된다.
믿음직한 2선발로 돌아온 유희관은 앞으로의 4강 싸움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팀 분위기다. “팀이 4강 싸움을 하고 있는데, 모든 팀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굳은 마음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게 유희관의 생각이다.
지난해 유희관은 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으로 10승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 역시 9승으로 두 자릿수 승리가 유력하다. 2년 연속 규정이닝을 넘은 것으로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는 떨쳤다. 이번 시즌 부침을 겪고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하며 유희관은 더욱 단단해졌다. 4월 같은 8월을 보내고 있는 유희관의 어깨에 팀의 4강이라는 중책이 다시 주어졌다. 그리고 지금의 유희관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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