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심각하다고 하더라”
4강의 끈을 놓지 않으며 막판 전력질주하고 있는 SK에 큰 악재가 생겼다. 후반기 들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로스 울프(32)가 가정사로 이탈했다. 가뜩이나 불펜 전력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을 고려하면 속이 쓰리다. 하지만 이만수 SK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울프의 일이 잘 풀리기를 고대했다. 아들의 건강 문제로 기약 없이 자리를 비우게 울프를 바라보는 SK의 시선은 이처럼 안타까움이었다.
SK는 17일 울프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아들의 건강 문제 때문이다. 울프는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비통한 소식을 들었고 이에 아들을 돌보기 위해 급히 출국했다. 왼쪽 팔뚝에 가족을 상징하는 문신을 새겨 넣는 등 평소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울프는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한국을 떠났다. 언제 돌아올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아들의 건강 상태에 모든 것이 달렸다.

이 감독은 “조금 심각하다고 하더라. 22일쯤 정밀 검진이 잡혀 있는데 결과를 봐야 하지 않겠나. 사정이 좋아져 바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이동시간과 시차적응을 생각하면 열흘 안에 전력에 가세하지는 못할 것 같아 일단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팀의 마무리로 절대적인 전력을 차지하고 있는 울프지만 “가족의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느냐”라는 것이 이 감독과 구단의 생각이다.
당초 선발 요원으로 영입했던 울프는 박희수의 부상 이후 후반기부터 팀의 붙박이 마무리로 뛰고 있다. 성적은 나무랄 곳이 없었다. 후반기 9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1승4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선발로 뛸 당시보다 피안타율(.276->.206)이 확연하게 줄어들며 안정감을 과시 중이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박희수 박정배라는 핵심들이 이탈한 SK 불펜에 큰 힘이 됐다.
그런 울프가 빠졌으니 선수단으로서는 힘이 빠질 수도 있는 일. SK는 일단 중간 투수 중 가장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는 윤길현을 임시 마무리로 쓰고 고효준 여건욱을 1군에 올려 공백에 대비한다는 심산이다. 잘 나가던 구조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선수들도 남 일이 아닌 듯 울프 아들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사실 가족들을 매 순간 돌보기 어려운 야구 선수들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공감대는 더 커진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울프가 시범경기 당시 조모상을 당했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 당시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국에 남았었던 기억이 있어 동료 선수들도 안쓰러워하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선수들은 특별히 더 착잡해 하는 것 같다”라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팬들도 구단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Kwyverns)에 한글과 영어로 게재된 발표에 댓글을 통해 아들의 쾌유와 울프의 정상적인 복귀를 기원하고 있다.
한편 본의 아니게 걱정을 사게 된 울프도 미안한 뜻을 드러냈다. 울프는 “팀이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게 돼 선수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남기며 몇 차례나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울프가 출국 전 많이 울어서 마음이 짠했다”라면서 “모든 일이 잘 풀린 뒤 다시 돌아와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동료들과 팬들은 자신들의 소망들이 모여 울프의 미소를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