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2주' LG, 4강 기적 과제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19 06: 22

앞으로 2주, 12경기에 올인한다. 최상의 경우에는 연승행진으로 경쟁 팀들을 멀리 제치고 4위에 자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4위 희망을 완전히 접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서로 물고물리는 상황이 반복되며 지금의 혼전이 유지될 가능성도 높다. 어쨌든 올 시즌 ‘기적’을 만들기 위한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19일부터 펼쳐지는 넥센 KIA 롯데 두산 SK 롯데, 여섯 번의 2연전 결과에 LG의 2014시즌이 달려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13일 “다음 주가 승부처라고 본다. 다음 주에 KIA 롯데 두산 SK와 맞붙는다. 4위 근처에 몰려있는 팀들과 계속 만난다. 우리를 포함해 한 팀이 5연승 정도해서 치고 나가면 4강에 가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여기서 연패에 빠지게 되면 선수들 스스로 힘들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4번 타자 이병규(7번)를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다. 지난 8일 마산 NC전에서 이재학이 던진 공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은 이병규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팀 내 최고 타자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시기에 컨디션을 100%로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병규는 비로 인해 노게임 선언된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부터 선발 출장했다.

투수운용에 있어서도 양 감독은 평소처럼 여유를 뒀다. 선발투수가 흔들리고 부진해도 불펜 과부하를 막기 위해 최대한 길게 끌고 갔다. 끌려가고 있을 때 필승조 투입은 자제했다. 4위가 눈앞에 있는데 참고 또 참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듯하다. 양 감독이 취임식 때 내건 ‘독한 야구’가 나올 때가 됐다. LG의 마지막 승부수가 적중하기 위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 박경수·김용의·황목치승...2루 해답은 누구?
현재 LG의 취약 포지션은 2루다. 지난해부터 손주인이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았으나, 손주인은 2루보다 급한 3루를 메우고 있다. 조쉬벨의 퇴출로 3루에 구멍이 뚫렸고 우여곡절 끝에 손주인이 2루에서 3루로 자리를 옮기며 해결사가 됐다. 유지현 수비코치에 따르면 손주인은 적어도 올 시즌까지는 3루를 맡을 계획이다. 당시만 해도 2루수 자원이 넉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박경수 김용의 황목치승 모두 2루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수비는 박경수가 가장 안정적이다. 수비만 놓고 보면 김용의 황목치승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문제는 1할대 타율(0.189)이다. 아무리 하위타선에 있다고 해도, 박경수 차례마다 타선의 흐름이 끊겨서는 곤란하다.
김용의는 타격과 주력에서 셋 중 가장 기대치가 높다. 그런데 2루 수비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멀티 내야수지만 1루 외에는 믿고 맡기기가 힘든 상황이다. 황목치승은 최근 2경기에 주전 2루수로 나왔다. 유격수로 출장했을 때 보여줬던 기민한 움직임을 기대했으나, 1군 경기 경험부족으로 인해 에러를 범했고, 에러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플래툰 시스템을 택할 수도 있다. 박경수는 우투수(0.125)에겐 고전했으나 좌투수(0.229)와 사이드암투수(0.286)에겐 좀 나은 성적을 찍었다. 좌투수 선발 등판시 박경수, 우투수 선발 등판시 김용의나 황목치승을 내세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2루에 대한 확실한 답안을 내놓아야 한다. 수비 안정이 곧 마운드 안정이고 승리의 지름길이다. 마운드를 앞세워 최소 실점을 노리는 LG는 수비 에러를 최소화해야 승산이 있다.
▲ 스나이더, 잠재력 폭발로 장타 갈증 해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양 감독은 흰수건을 던질 계획이었다. 당장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는 채은성 임정우와 같은 신예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면서 2015시즌 그림을 그리려 했다. 그러나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간 조쉬벨을 대체할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를 영입하게 됐다. 때마침 5할 승률 이상을 찍으며 4위 경쟁을 하던 롯데와 두산이 동반 하락했고 반등한 LG에 기회가 찾아왔다. 스나이더가 기대했던 활약만 해준다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문제는 스나이더의 한국야구 적응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경기 중 머리에 투구를 맞고, 송구시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약 일주일을 정상 출장하지 못했다. 그 사이 타격감이 떨어졌고, 타순도 4번에서 6번까지 내려갔다.
수비에선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LG 외야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부상을 안고 뛰는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7번)의 부담을 덜어줬다. 타석에서도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스나이더가 LG의 4강을 이끈 영웅이 될수도 있다.
최근 페이스는 좋다.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고 지난 16일 대구 삼성전에선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로 2타점으로 활약했다. 조쉬벨과 달리 약점이 발견되면 바로바로 고치려는 능동적인 모습도 보인다. 몸쪽에 고전하자 스탠스를 반걸음 정도 뒤로 뺐다. 높은 공에 배트가 나가는 것도 억제하고 있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가 풀타임 기준, 30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스나이더가 남은 시즌 꾸준히 홈런포를 터뜨린다면, LG의 공격력도 수직 상승할 것이다. 
▲ 류제국·티포드, 부활할 수 있을까?
양 감독은 선발진을 놓고 “리오단과 (우)규민이는 경기 구상이 되는 투수다. 여기에 한 명 정도만 더 잘해주면 선발진이 괜찮다고 볼 수 있다”며 류제국과 티포드의 선전을 바랐다. 지난 시즌 LG의 승리 아이콘이었던 류제국은 올 시즌 5승 6패 평균자책점 5.45로 고전 중이다. 한국무대 첫 6경기서 평균자책점 2.08로 활약했던 에버렛 티포드는 이후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하고 있다.
둘 다 부활하기 위해선 제구력을 잡아야 한다. 류제국은 시즌 내내 투구 밸런스 찾지 못하고 있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무기를 지닌 류제국이지만 한 번 흔들리면 그 여파가 길게 간다. 지난 13일 잠실 SK전에선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조화를 앞세워 순항하다가 상대의 심판합의판정으로 판정이 두 번 연속 번복되자 투구 리듬을 잃어버리고 사사구로 인해 실점했다.
티포드는 과욕이 부진의 원인이다. 티포드는 안정적인 투구폼과 145km이상의 패스트볼, 각도 큰 커브, 예리하게 꺾이는 컷패스트볼을 갖고 있다. 때로는 좌타자에게 스리쿼터로 던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완벽하게 타자를 잡으려다가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리고 볼카운트 싸움이 길어지며 스스로 궁지에 몰리곤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달 동안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며 현재 1군 엔트리서 빠져있다. 티포드의 복귀 가능 날짜는 오는 23일이다.
일단 두 투수 모두 능력과 재능은 출중하다. 구위만 놓고 보면 어느 팀에서든 1, 2 선발투수로 뛸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적중한다면,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는 류제국과 티포드,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일어서야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 ‘자존심 회복 선언’ 봉중근, 블론세이브 악몽 탈출?
마무리투수들의 집단 부진 속에서 봉중근이 자존심 회복을 외치고 있다. 봉중근은 지난 15일 잠실 NC전 9회초 탈삼진 3개로 삼자범퇴 세이브를 기록한 후 “그동안 주위에서 내가 상대 타자와 승부할 때 지나치게 피해 다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상대 타자들이 치게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대로 타자의 배트를 유도하려고 했던 게 오늘 잘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봉중근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 4개를 기록했다. 부쩍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코너워크에 애를 먹었고, 사사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전했다. 결국 봉중근은 코너워크가 아닌 정면승부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특히 지난 NC전에선 최고구속 147km를 찍으며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봉중근이 승리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LG의 승리 공식도 완성된다.
drjose7@os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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