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선 끊긴 SK, 신토불이 야구로 버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19 06: 32

외국인 선수 대신 국내 선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SK의 이른바 ‘신토불이’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더 이상의 지원 병력을 기대하기 힘든 고립의 상태에서 국내 선수들의 저력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의 마지막 고비다.
여전히 8위에 처져 있는 SK지만 후반기 들어 희망을 보고 있다. SK의 후반기 성적은 15경기에서 9승6패(.600)로 삼성(.833), 넥센(.684)에 이은 리그 3위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4.37로 리그 1위, 팀 타율은 3할1푼2리로 리그 2위다. 투·타의 분전, 그리고 4위권 팀들의 부진 속, 그리고 앞쪽 선발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한 비의 도움까지 받으며 이제 4위 롯데와의 승차는 2경기로 줄어들었다. 해볼 만한 여건은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팀의 주요 전력이 되어야 할 외국인 선수 둘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SK는 이미 잦은 부상과 항명 사태를 일으킨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을 퇴출시켰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없이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후반기 들어 마무리 보직을 맡으며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벌인 로스 울프도 이탈했다.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미국으로 날아갔다. 17일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열흘 이상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새 외국인 선수 트래비스 밴와트가 연승 행진을 벌이며 힘이 되고 있지만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떼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이다. 여기에 특별한 지원 병력도 마땅치 않다.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해 있는 선수들은 아직 복귀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박희수 박정배 윤희상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당장 전력에 가세할 가능성은 없다.
개막 마무리였지만 어깨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박희수는 아직 연투를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지 않았다. 당초 이르면 8월 중순쯤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것이 구단 내부의 고민이다. 무리를 시키지 않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만수 SK 감독도 “그저 잘 준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 하나의 필승조 투수인 박정배는 일본에서 어깨 검진을 받았으며 운동보다는 어깨 상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상 올해보다는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손에 타구를 맞는 불운으로 수술을 받은 선발 요원 윤희상 역시 아직은 복귀 일정이 미정이다. 이 감독은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현재 100%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수준도 아닐뿐더러 공백이 꽤 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시즌 끝까지 버텨야 할 공산이 큰 SK다. SK는 일단 울프의 공백을 막기 위해 중간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윤길현을 마무리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로서는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줬다”라고 고마워했다. 윤길현이 뒤로 이동해 생기는 공백은 고효준 여건욱 등을 끌어올려 대비한다는 심산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스캇이 나갈 때도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국내 선수들끼리 뭉쳐 더 잘하고 있지 않은가”라면서 마운드에서도 그런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했다. 올해는 물론 향후 자신들의 입지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자리를 차지하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의외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끝까지 해보자’라는 투지를 발휘하고 있고 목표가 가시화됨에 따라 생기는 동기부여도 무시할 수 없다. 보급선이 끊긴 SK가 기초체력만으로 마지막 4강 전쟁에서 버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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