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힐링’ 7전8기 ‘케어류’, 전성기는 이제부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19 06: 56

밝고 때로는 가벼워 보이기까지 하는 이미지의 배우 류승수가 가지고 있는 의외의 묵직한 스토리는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부모님의 이혼, 어려웠던 가정 형편, 24년째 앓고 있는 공황장애, 연기로 인정받지 못하는 서러움 등 그가 품고 있었던 쉽지 않은 이야기들은 “무신념, 무고집”(?)임에도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우 류승수의 가치를 한 층 더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스타 친구들과의 따뜻한 우정은 과연 배우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류승수가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에서 가장 많이 반복한 단어는 ‘케어’(돌봄)였다. 그는 과거 조인성, 이요원, 조동혁, 김지석, 이장우, 박한별, 송지효 등의 연기 선생으로 그들을 ‘케어’ 했을 뿐 아니라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배용준을 만나도 한류 스타인 친구의 위치 때문에 마치 매니저처럼 그를 ‘케어’해야 함을 알려 웃음을 줬다.
배용준에게 달려드는 팬들을 통제하고 어느새 자신의 차는 내버려 둔 채 친구 차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고 말한 류승수는 사실 실제 매니저 경험도 있었다. 배우를 하던 중 생활고로 인해 잠시 신민아-최성국의 매니저로 일했던 것.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신민아 어머님이 나를 너무 좋아했다, ‘케어’를 잘한다고 했다”며 “광고를 찍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배우가 열심히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혹시 피곤해서 웃음이 안 나오면 앞에서 춤이라도 춰준다. 대기실에선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모여 있는데 야식 먹으면서 칭찬을 한다”고 매니저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만만치 않은 인생의 내공을 드러냈다.

이처럼 류승수가 배우의 길을 걷는 데는 몇 번의 고비들이 있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은 집에서 수 십 년을 살아야 했던 어려운 가정 형편은 학창시절 그를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방황하던 생활을 접을 수 있었다. 연기자로 꿈을 정하고 달려갔지만 수많은 톱스타들의 연기 선생이었음에도 불구, 탤런트 공채시험에서 9번 낙방했고, 개그맨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까지 받아 실망이 컸다. 그 후 뛰어든 영화에선 매번 통 편집을 당하는 굴욕을 겪어 배우 생활 은퇴까지 고민했다.
그런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절친한 연기자 선-후배 동료였다. 막 연기에 뛰어든 시절, 함께 어려웠던 선배 김수로는 집도 절도 없는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다. 심지어 단칸방에 여동생이 있음에도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며 류승수를 보살펴줬다.
또 영화 ‘고지전’에서 비중이 있었던 장면들을 편집 당하고 난 후 “난 항상 누군가를 ‘케어’해 줘야하나? 배우는 내 운명이 아닌가”라고 한탄하는 류승수를 위로했던 이는 후배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실의에 빠진 류승수에게 “‘과속스캔들’은 안 하려다 한 영화다. 기대 없이 단지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형이 ‘고지전’으로 잘 되길 바란 건 형이 원한 때다. 형이 잘 될 때는 형이 원할 때가 아니라 잘 될 때가 온다, 그 때까지 형은 열심히 하는 거다”라고 말해줬고, 류승수는 그 말이 와 닿아 은퇴계획을 미루게 됐다.
이 날도 김희선은 류승수에게 “인생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다. 이 은혜 잊지 않고 평생 갚겠다. 우정 변치 말았으면 좋겠다. 오빠 결혼식 때 사회를 보고 싶다”며 남다른 우정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류승수의 ‘케어’ 능력(?)은 연기자로서 살아오는 그에게 큰 자산이 됐고, 결정적인 순간 인생의 중요한 것을 붙잡게 하는 힘으로 돌아왔다.
참으로 류승수는 7전8기 인생을 살아왔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사연은 힘든 것들이긴 했지만 그만큼 이 배우의 삶에 남다른 내공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했고, 언젠가 찾아올 그 때를 기다리는 그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게 했다. '케어류'의 전성기는 곧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힐링캠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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