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 애국주의에 기대지 않았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8.19 07: 46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신기한 일을 넘어 신비로운 일이라고 했다. 작업 현장에서, 그리고 흥행 결과에서 보여지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울림들. 김 감독은 진정한 리더를 바라는 현 시대 상황과 이순신 장군의 영화가 잘 맞물렸다는 시선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절제'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절제와 균형에 힘썼다는 것이다. '애국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김 감독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성웅 이순신이 되어가더라며 웃어보였다. 전에 쓴 적 없는 기록, '명량' 의 1500만 돌파를 기념해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 '명량'이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내고 있는데

△계속 스코어를 받아보고 놀라고 있다. 아직 느낌은 오직 않는다. 상황에 냉정하게 대처한다. 연출자로서 차분해야 한다는 직업병같은 게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계속 감사하다는 느낌이 있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너무 큰 작품이고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 당초 대진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나? 특히 '군도:민란의 시대' 다음으로 나왔는데
△ (빅4)다 출중한 감독들이라 생각한다. 윈-윈하는 게임으로 갔으면 좋겠다. 감독이나 제작사 분들이 낯선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지점에서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담은 있었는데 개봉 시기는 감독들이 결정하는 지점이 아니였다. ('군도:민란의 시대'를 보았나?) 봤다. 정말 스타일리시한 영화더라. 윤종빈 감독에게 최민식 씨를 소개받은 인연도 있다.
- 명량, 한산도, 노량 중 명량대첩을 제일 먼저 만들었는데,
△ 명량해전이 가장 극적이고 이순신 감독의 정신적 요체가 들어가 있다. 자기 희생, 솔선수범, 좌절스러운 상황을 승리로 역전시켜 낸 힘이 담겨져 있다. 많은 리플 감사하다. 용기를 얻게 됐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가 현 시대 상황과 맞물려 인기를 얻는다는 평이 많다. 그런 상황들을 고려했나?
△ 3년 전에 기획했던 거라 그런 지점에서 생각을 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명량'이라는 해전 자체가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했다. 여러 시대 상황이 잘 맞물린다는 얘기가 연출자로서는 다행이다.
- 기대했던 것보다 엄청난 흥행, 이순신 신드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명량'이 이순신 붐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 올 지는 몰랐다. 놀랍기도 기쁘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국민성 애국주의에 기대어 만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주의나 애국주의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순신의 정신 울림이 오기를 바랐다.
-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는 관객도 존재한다.
△ 그런 눈물은..그걸 애국주의라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그런 건 건전한 애국주의라고 본다. 영화 속 이순신의 어머님에 대한 부분도 딱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더 강하게 들어가면 옛날 성웅 이순신의 모습이 될 것 같았다. 밸런스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화적인 밸런스, '절제'를 항상 신경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이 성웅이 더 되가더라. 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촬영 감독이 자꾸 앙각으로 찍는거다. 왜 자꾸 앙각으로 들어가냐고 처음에는 약간 짜증을 냈는데 그게 맞는 것일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신비스러운 일이었다.
- 사극과 전투신에 특화된 감독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 '최종병기 활'이 성공을 거뒀고 자신감을 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감도 좋지만 '명량'을 하는 데 있어 큰 디딤돌이 됐다. '최종병기 활'보다 3배 이상의 제작비, 처음 배를 갖고 싸우는 해상 전투신이 쉽지 않을거란 생각은 했지만 분명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적어도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고루하거나 고답스럽거나 지나치게 계몽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자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이순신 장군 영화가 나온다면 현 관객들과 소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화두였다. 해상 전투에 포커싱을 해서 만들어보자, 이순신을 좀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보자, 그러면 지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소통이 된다면 망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 역사적인 소재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는?
△ 본능인 것 같다. 역사적인 이야기를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뭔가 울림이 온다. 그 그림이 상상이 되고, 그 얘기가 시나리오로 발전해가는 것에 즐거움을 얻는다.
- 사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멋이다. 멋과 맛이다. 현대극에서 갖지 못하는 그런 멋이 있다.그게 매력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콘트라스트 적인 맛을 좋아한다. '최종병기 활'에서 결혼식 장면에 청나라 군이 침입하거나 조선의 사극에 왜군이 등장하는, 그 대비되는 매력을 좋아한다. 동-서양 사극을 거의 다 좋아하는 편이다. '벤허', '글레디에이터', '카게무샤' 등.
- 실제 명량해전에서는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데?(영화에서는 등장한다)
△역사적으로는 거북선 세 척도 불탔다고 한다. 역사적인 기록인데, '명량'을 한다고 하니 '거북선 나오는거냐'라는 질문이 많더라. 처음에는 어이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뒤늦게 깨달은 것이, 이순신과 거북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출정은 시키지 않고 불타고 소실되는 것으로 그렸다. 이순신의 좌절, 그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장치로. 그래서 마지막에 다시한 번 등장시켰던 것이다.
-민초들 장면은 다소 작위적이지 않나?
△ 가끔은 그런 컨벤션이 많은 대중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고, 나중에 빼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컨벤션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지지하고 성원하는 시선도 넣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격양된 지점들은 음악을 통해 완화시켰다. 그런 지점에서 과했다면 할 말이 없다.
- 최민식 연기에 대해 어떤 디렉션이 있었나?
△ 그런 걸 많이 하지는 않았다. 영화 들어가기 전에 얘기하면서 잡아간 게 있다. 최민식 씨는 땅을 딛고,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리긴 원했고, 나는 '난중일기' 속 담백한 무인을 원했다. 그게 더 디테일하게 맞춰가는 부분이 있었다. 최민식 씨가 쉰 듯 나즈막한 목소리로 출정하라고 연기하는 것도 최민식 씨가 먼저 낸 아이디어였다. 이순신 장군은 기본적으로 나즈막하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장군이 직접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옆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장군이 직접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재 3부작을 기획 중인 것으로 한다. 한산도-노량 모두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게 되나?
△현장에서 최민식과 코드가 잘 맞고 시너지가 생겨 다음 작품에서도 물론 같이 하고 싶지만 확언은 어렵다. 바로 다음 차기작이 한산도가 될 지도 아직 모르겠다. 글로벌한 작품 제안도 있고, 여러가지 것들을 하고 있다. 아직 확실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 영화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벌어졌다. 졸작 논란도 있었는데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보다는 영화를 통해 퍼지는 다른 사회 현상에 더 관심이 가더라. 영화를 넘어 경제적인 부분들, 정치 사회현상으로 퍼지는 데에 더 관심이 있었다.
-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3년 걸렸고 구상부터는 4년이 됐는데, 그 지난한 세월이 힘들었다. 작년 7월부터 금년 7월, 개봉 며칠 전까지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지난했다.
- 가장 애를 먹은 장면은?
△전체적으로 애를 다 먹긴 했는데, 특별히 없었다.
-'명량'을 통해 여러 곳에서 강연을 요청하기도 한다던데?
△그런 부분에서는 조심하려고 한다. 내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었다는 보도도 있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다른 변수들이 있다. (번 돈은 전부 다른 영화에 쓰일 수도?) 제작사가 개발하고 있는 영화들이 있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예상하고 예측하고 싶지는 않다.
-'명량'의 어떤 힘이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하나?
△ 영화가 이순신이였기 때문에, 리더십을 갈구하는 현 사회가 '명량'의 인기 원동력이 됐다는, 그런 지점에서 여러 기사나 의견들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것을 해상전투라는 부분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소통할 수 있었던 것같다.
- 영화의 흥행은 천운이라고 생각하나?
△ 마지막 이순신 장군과 이회가 갈대밭을 걸으면서 천행이었다는 말을 하는데, 나도 그렇다. 영화 속 대사들이 우리 스태프들과 관객들에게 다양하게 패러디 돼 쓰이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다.
nyc@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명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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