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못해도 고민이지만 잘해도 고민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바라보는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그동안 삼성은 '외국인 선수 잔혹사'라 불릴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미비했다. 톰 션, 에스마일린 카리대(이상 투수), 라이언 가코(내야수) 등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먹튀' 선수들도 많았던 게 사실. 이젠 다르다. 릭 밴덴헐크와 J.D. 마틴(이상 투수) 그리고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무대에 입성한 밴덴헐크는 18일 현재 다승 3위(12승), 승률 2위(.857), 평균 자책점(3.38) 및 탈삼진(117개) 4위에 오르는 등 앤디 밴헤켄(넥센)과 더불어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밴덴헐크는 150km대 빠른 직구와 낙차 큰 변화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외국인 선발 특급을 갈망했던 류중일 감독이 바라던 그 모습 그대로다. 마틴 또한 뒤늦게 시즌에 합류했지만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18일까지 17차례 마운드에 올라 7승 5패(평균 자책점 5.12)를 거두며 10승 고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나바로는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 올 시즌을 앞두고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으나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정규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내일부터 또다른 나바로를 보게 될 것"이라는 그의 한 마디는 허언이 아니었다. 타율 3할2푼6리(371타수 121안타) 24홈런 78타점 90득점 16도루. 류중일 감독은 "4번 타자 같은 1번 타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배영섭이 경찰청에 입대한 뒤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어 고심했던 삼성은 나바로의 활약 속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들 덕분에 우승했다는 이야기 한 번 듣고 싶다"던 류중일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주 높다. 하지만 구단 측이 "잘 해도 고민"이라고 하는 건 시즌 후 재계약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할 게 불보듯 뻔하니까. 일본, 미국 무대 이적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밴덴헐크를 잡기 위해 애나를 설득해야 할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마틴과 나바로 또한 마찬가지.
다행히도 이들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밴덴헐크의 아내 애나는 한국 특히 대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이적할때 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걸 감안한다면 잔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듯.
모 구단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담당자는 "괜찮은 외국인 선수들을 찾는 게 정말 힘들어졌다. 특히 현재 국내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 만큼 해줄 후보가 거의 없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구단 측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 모두 잔류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터무니 없는 웃돈을 요구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파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게 현재 분위기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