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부터 맏형까지’...김주성의 태극마크 16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20 06: 30

16년 전 풋내기 대학생이었던 선수가 어느덧 맏형이 됐다. 세월이 흘렀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에 새긴 태극마크는 여전히 선명하다. 김주성(35, 동부)이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16년 만에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남자농구 대표팀이 최종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오후 4시 진천선수촌에서 서울 삼성을 75-52로 크게 이겼다. 25일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대표팀은 30일 앙골라를 상대로 스페인 농구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맏형’ 김주성은 감회가 남다르다. 16년 전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에서 중앙대 1학년 김주성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만 해도 서장훈, 현주엽, 강동희, 정재근, 이상민, 전희철, 문경은, 조상현, 김성철 등 기라성 같은 농구대잔치 스타들에 비해 김주성은 철없는 대학생이었다. 키만 큰 선수를 왜 데려가냐는 말도 있었다.

김주성은 “16년 전에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나간 경기가 바로 그리스 세계선수권이었다.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 경기도 별로 뛰지 못했다. 형들과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 것만 해도 도움이 됐다. 형들이 워낙 잘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피식 웃었다.
현재 유재학호의 분위기는 밝다. 유일한 대학생인 막내 이종현도 큰 형 김주성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하지만 16년 전만 해도 김주성은 감히 선배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김주성은 “당시 너무 어리고 힘들었다. 하하. 선배 아저씨들이 무서워서 말도 못 붙였다. 밥 먹다가 체한 적도 있다. (조)상현이 형, (김)성철이 형이 바로 위였다. 빨래도 혼자 하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세계무대를 맛 본 김주성은 한국농구가 얼마나 힘든 도전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한국이 첫 승 상대로 거론하는 앙골라 역시 아프리카 챔피언으로 우리보다 한 수 위다. 김주성은 “앙골라 비디오를 봤다. 아프리카 선수들이라 마른 줄 알았더니 키도 크고 덩치도 좋더라. 힘은 유럽선수들이 미국선수들보다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준비한 대로 하고 정신력을 발휘한다면 1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6년 동안 김주성은 서장훈의 대를 이어 프로농구 대표선수가 됐다. 하지만 한국농구는 긴 침체기였다. 오랫동안 세계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농구인기의 마지막 세대인 김주성의 책임감도 크다.
김주성은 “이제 국가대표를 더 하고 싶어도 안 불러주실 것 같다. 정말 마지막이다. 내년은 힘들 것 같다. 작년에 필리핀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이겼을 때 반응이 좋았다. 세계대회 티켓을 따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또 평가전에서 (뉴질랜드를) 이기니 열광적인 반응이 왔다.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야 아시안게임 우승과 프로농구 인기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열심히 투지를 불태울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농구월드컵에서는 1승을 하고, 아시안게임에서는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 결전을 앞둔 노장의 각오가 든든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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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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