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민희 인턴기자] 너무 고달픈 하루였다. 극중 온갖 곤욕을 치르고 모욕적인 말까지 들은 배우 고성희는 주체할 수 없는 극한의 감정에 절제된 눈물연기를 선보였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야경꾼일지’에서는 온갖 수난을 당하는 도하(고성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도하는 저주에 얽혀 별궁에 갇힌 이린을 찾아온 박수련(서예지 분)이 포박할 위기에 처하자 능청스러운 연기로 박수련을 구해냈다. 수련은 도하와 얘기를 나누던 중, 팔찌를 받기 위해 왔다는 도하의 말에 크게 화를 냈다. 이어 도하에게 은괴 하나를 주며 “이걸로 그깟 팔찌 열 댓 개쯤 살 수 있다. 다신 대군 앞에 얼씬도 마라”며 독설을 해 도하를 당황케 했다.

이후 도하는 숙식을 해결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길을 거닐던 중 갑자기 부딪친 사내에게서 떨어진 엽전을 주워들은 도하는 잠시 기쁨에 들떴지만, 이내 자신을 도둑으로 모는 사내에게 뺨을 맞으며 모욕을 당했다. 도하는 사내가 떨어뜨린 엽전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억울한 누명이 풀렸지만, 빨개진 뺨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12년 전 사라진 언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도하는 매란방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모연월(문보령 분)과 마주쳤다. 순간 도하는 모연월로부터 언니 연하(유다인 분)의 모습을 떠올렸고, 모연월 역시 그런 도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후 도하는 모연월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했지만, 모연월은 모욕적인 말로 도하를 내쫓아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은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독설을 듣고, 가짜 엽전에 순식간에 도둑으로 몰리고, ‘세 푼도 안 되는 천한 자존심’이라는 모욕적인 말로 상처를 입은 도하는 더 이상 찢길 곳이 없을 만큼 닳아있었다. 그러나 도하는 당당한 모습도 잃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모욕을 ‘두 푼도 안 되는 사람됨’으로 되갚아준 도하의 모습은 슬프지만 충분히 멋있었다. 수련에게 언니의 팔찌를 고백하며 애틋한 마음을 전할 때는 감정이 극에 달았다.
고성희는 슬픔과 분노를 적절히 표현한 연기로 도하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여리하면서도 강인한 도하의 슬픔은 절제됐었고, 고성희는 그러한 슬픔을 눈빛으로 전달해 더욱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분노 연기 역시 차분한 어투와 절제된 눈물로 도하의 감정을 전달해 여운을 남겼다.
이제 도하의 이야기는 막 출발선을 넘었다. 고성희는 인상 깊은 연기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바람 잘 날 없는 도하의 삶을 고성희가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그녀의 연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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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야경꾼일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