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의 희생번트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20 08: 05

야구에는 수많은 작전이 있다. 희생번트도 그 중 하나다.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애용된다. 그런데 송일수(64) 두산 감독이 그 ‘희생번트’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그 논란은 어떻게 봐야 할까.
송 감독은 취임 당시 자신의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아기자기한 작전을 위주로 하는 이른바 ‘스몰볼’에 가깝다는 답변을 했다. 전통적으로 획이 굵은 야구를 했던 두산에 새로운 바람을 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런 송 감독의 스타일은 희생번트를 통해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선취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송 감독은 비교적 많은 희생번트 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두산은 19일까지 총 58개의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는 SK(72회), 삼성(61회)에 이어 리그 3위 기록이며 리그 평균(52개)을 상회하는 수치다. 사실 두산은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지난해에도 82개의 희생번트를 성공해 리그 4위에 올랐다. 역시 리그 평균(75개)를 웃돌았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차이는 있다. 좀 더 여러 상황에서 희생번트를 애용하고 있다. 확실히 기회 상황에서의 벤치 개입이 늘어났다.

무사 1루에서 두산은 총 30차례의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는 SK(46회)와 삼성(34회)에 이은 리그 3위 기록이다. 무사 1,2루에서는 13번의 희생번트 성공이었다. KIA(14회)에 이어 2위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이 2할9푼9리에 이른다. 삼성(.304), 넥센(.300)에 이은 리그 3위 팀이다.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들도 많다. 실제 올 시즌 두산의 진루타율은 3할8리로 리그 3위다. 나쁜 수치가 아니다. 이에 지나치게 희생번트에 의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희생번트는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킨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소비한다는 단점도 있다. 오히려 상대를 도와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좋은 타자들이 많은 두산이라면 더 그렇다. 기계적인 희생번트가 오히려 두산 타선의 장점을 갉아먹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 감독의 희생번트 논란도 여기서 시작한다.
“주자를 득점권 혹은 홈에 좀 더 가까운 루상에 보내는 희생번트가 득점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라는 고정관념은 여러 통계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에 의하면 2012년 메이저리그(MLB) 전체의 무사 1루시 득점 기대치는 0.857이었다. 그런데 희생번트로 만들 수 있는 1사 2루의 득점 기대치는 0.654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이 수치는 0.826-0.637로 역시 비슷한 차이를 보였다.
물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상황,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생번트를 선호하지 않는 MLB의 성향 등이 반영된 수치다. 한국 사정에 정확히 대입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도 무사 1루와 1사 2루의 득점 기대치는 대개 무사 1루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두산의 올 시즌 무사 1루 타율은 3할8푼2리로 리그 2위지만 1사 2루 타율은 2할3푼으로 리그 7위다. 상황에 따라 번트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번트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통계 자료다.
송 감독에 대한 비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희생번트 자체가 문제가 아닌, 상황 판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난타전이 예상되는 경기에서 1점에 집착한 희생번트, 중심타선의 장타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희생번트 등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두산의 희생번트 시도와 성공이 타 팀에 비해 도드라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송 감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 때문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송 감독은 이런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희생번트 작전을 시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물론 송 감독의 이야기처럼 1점이 상대 마운드를 흔들어 더 많은 득점의 발판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현장에서 보는 경기 상황에 대한 흐름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과론적인 일이고 성과는 감독이 ‘결과’로 책임지면 될 일이다.
송 감독도 “결과가 좋지 않아 일어난 논란이다. 잘 되면 논란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희생번트는 팀 타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방편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대로 희생번트가 두산 타선의 장점을 가린다면 4강 다툼도 힘들어질 수 있다. 송 감독 또한 결과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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