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등판 미룬 SK, 기대효과와 불안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20 10: 29

SK가 ‘에이스’ 김광현(26)의 등판일을 하루 미뤘다. 여러 가지 상황이 감안된 선택이라는 평가인 가운데 기대효과와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역시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전망이다.
SK는 20일 문학 두산전 선발로 채병룡을 예고했다. 이 등판 예고는 다소간 의외였다.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SK는 14일 문학 삼성전에 김광현이, 15일 경기에는 채병룡이 선발로 나섰다. 순서대로라면 20일 문학 두산전에 김광현이, 21일 대전 한화전에 채병룡이 나서는 것이 맞지만 두 선수가 자리를 바꿨다. 이미 휴식일 일정에 이런 선발 일정이 예고돼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김광현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포석이 담긴 한 수로 보인다. 이만수 SK 감독은 이에 대해 “상대성이나 기록, 휴식 등 여러 상황을 감안했다”라고 짧게 말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두산전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 구단이다. 반면 한화전에서는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18로 잘 던졌다. 기록만 놓고 보면 두산전에 나서는 것보다 한화전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김광현은 에이스다. 이 기록만으로 모든 결정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SK 마운드 사정도 고려된 결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SK 선발진을 끌어가는 두 축인 김광현과 트래비스 밴와트는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붙어있을 때는 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SK 마운드 사정을 본다면 떨어져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두 선수는 능히 6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다. 아무래도 불펜 동원이 적다고 봐야 한다. 반면 두 선수 이후 나머지 3명의 선발 투수들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불펜 투수들의 등판이 잦고 소화이닝도 많다. 3일 연속 불펜 투수들의 대거 등판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닝소화능력에 기대가 큰 두 선수를 떨어뜨리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밴와트의 등판 때 아낀 불펜 전력을 다음 경기에서 투입시키고, 다시 김광현의 등판 때 조금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후반기 들어 비와 휴식일 일정에 득을 봤던 SK는 26일과 27일에 걸친 휴식일 이후에는 쉴 시간이 없다. 이를 고려해 이번 타이밍에 선발 로테이션의 손을 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단순히 이번주 선발 순서로만 본다면 다소간의 부작용도 우려할 만하다. 채병룡은 4일 휴식 후 등판이다. 이 감독은 “지난 경기 투구수가 100개가 안 됐다. 그 점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채병룡은 15일 문학 삼성전에서 97개의 공을 던졌다. 그래도 부담이 될 수는 있다. 미리 통보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김광현의 휴식일이 길어진 것도 리듬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표적등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화전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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