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누나, 타이거 우즈와 함께 경쟁하고 싶어요."
강성곤(18, 상암고2)과 이주영(24)이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 같은 세상이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강성곤과 이주영에게는 위험천만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들이 세상을 마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는 지적장애인에게는 필수다. 다른 사람에 비해 긴 적응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내심과 반복성을 지닌 스포츠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들이 빠져 있는 것이 바로 골프다. 강성곤과 이주영은 21일까지 강원도 횡성과 원주에서 열리는 제11회 한국스페셜올림픽에 당당한 골프대표로 발탁됐다.

▲ "박인비, 타이거 우즈와 경쟁하고 싶어요"
돌이 지나 중이염을 앓은 강성곤이 지적장애인 3급 판정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말이 없는 이유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가정형편 때문인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강성곤이 조금씩 말문을 트기 시작한 것은 복지관에 나가면서부터였다. 볼링, 자전거투어 등 스포츠를 경험하면서 차츰 말 수가 늘어났다. 그러다 5년 전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매력을 느낀 것이 바로 골프였다.
강성곤은 "나의 장점은 정확성과 방향성이 좋다"고 뿌듯해 하면서도 "드라이브 거리가 21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250미터는 나와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박인비 누나, 타이거 우즈와 함께 경쟁해 보고 싶다"는 강성곤은 "골프의 매력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골프대학에 가고 싶다. 세계적인 선수가 돼 상금을 많이 받으면서 죽을 때까지 치고 싶다"고 골프에 대한 무한 애정을 솔직하게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 강성곤은 지난 2013년 골프존이 주최한 장애인스크린골프대회에서 우승했고 스페셜올림픽에서도 2011년 은메달, 2013년 금메달을 따내 두각을 보였다.

강성곤의 어머니 강경희(46) 씨는 "솔직히 골프를 계속 시킬 형편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곤이가 골프를 하면서 자신감이 충만해졌다"면서 "최근에는 무서운 존재였던 아버지와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고 웃어보였다.
또 "연습없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강경희 씨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만큼 골프와 스포츠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골프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싶어요"
모델 체형에 수줍은 '함박미소'가 일품인 이주영은 생후 사흘만에 앓은 세균성 뇌막염 여파로 지적장애인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주영은 스페셜올림픽 육상, 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만능스포츠맨 기질을 선보였다. 지금은 일반인들과 축구단에서 뛰고 있을 정도다.
이주영이 골프를 접한 것은 이제 겨우 두 달이다. 같은 동네 티칭 프로가 운동신경이 뛰어난 주영이를 보고 권유, 복지관에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주영에게 골프는 생소한 종목이 아니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다닌 골프연습장에서 봐왔던 스포츠였다.
때문인지 지난 6월 열린 지적장애인골프대회인 제3회 태화나눔골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한장애인골프협회 정승현 필드골프위원장으로부터 스페셜올림픽 참여를 추천받는 영광을 누렸다.
"장타자인 타이거 우즈처럼 치고 싶다"는 이주영은 현재 롯데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은 이주영이지만 앞으로 좋아하는 골프를 계속 접할 수 있는 골프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싶은 것이 꿈이기도 하다.

아버지 이천구(60) 씨는 "주영이는 화도 내줄 모르고 순하다. 좀 독해질 필요가 있다. 승부욕이 떨어진다"고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이제 2개월 됐지만 볼을 맞추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라. 현재 수정 중인 폼이 익숙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주영이가 좋아하는 골프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웃어보였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일반인들과 장애인들을 구분짓지 않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다. 강성곤과 이주영의 골프는 세상과 마주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더없이 소중하다.
한편 골프존은 강성곤과 이주영에게 그런 매개가 될 수 있는 골프가 함께 할 수 있길 기원하며 각각 필드대회 골프용품 구입비와 훈련비를 지원한다. 또 둘은 오는 9월 15일 골프존문화재단이 개최하는 제1회 대한장애인골프협회배 골프대회 및 전국장애인스크린골프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또 골프존은 '스윙포유어드림(Swing for your Dream)' 캠페인을 기획,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셜CSR 프로그램으로 골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지적발달 장애인 학생들을 응원한다. 올해는 배세진, 최우인, 최민지, 박신우, 강성곤, 김민지 등 총 6명을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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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곤(위)-이주영(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