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적' 흥행, 현실과 맞물린 사극의 힘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8.20 14: 14

영화 '명량'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올 여름 대작 전쟁에서 그 흥행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 외에도 흥행적인 면에서 비슷한 점이 하나 더 있다. 현 시대 상황과 맞물려 한국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것.
'명량'은 이런 사회 분위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대 최고 흥행작을 넘어 1500만명을 돌파, 2000만 관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 사상 초유의 흥행에는 영화가 대중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부분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힐링'을 받으려는 욕구를 넘는 열정적인 동참이다.
전문가들은 '명량'의 흥행 요인에 대해 리더 다운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나라와 본인에 대한 무력함을 느꼈던 국민들의 대리만족, 여기에 최근 파장을 낳은 병영사고 등 얼룩진 사회에 던지는 희망 등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 역시 이에 동의하며 "영화가 이순신이였기 때문에, 리더십을 갈구하는 현 사회가 '명량'의 인기 원동력이 됐다는, 그런 지점에서 여러 기사나 의견들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것을 해상전투라는 부분과 함께 잘 버무려져서 소통할 수 있었던 것같다"라고 전했다.
애초에 그런 상황들을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개봉 시기는 영화에서 이순신(최민식)이 아들 이회(권율)에게 천행이라고 말한 것처럼, 절묘한 천운이었다. 김 감독은 "3년 전에 기획했던 거라 그런 지점에서 생각을 해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명량'이라는 해전 자체가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했다. 여러 시대 상황이 잘 맞물린다는 얘기가 연출자로서는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개봉 이래 467만 1325명을 동원, '명량'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해적'의 모습은 간접적이다. 시종일관 정신없이 유쾌하게 웃기는 코미디이지만, 보고나면 단순한 웃음을 넘어 메시지를 얻고 간다는 관객평이 실제로 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해적'은 판타지물이지만, 스토리는 실제로 조선 건국 초기에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근 10년 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뒀다. '국새의 부재'란 사건은 그간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얘기다.
영화는 이 국새의 부재 사건에 이와 관련된 정치적인 상황을 녹여냈다. 고래사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장사정(김남길)은 허당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다. 위화도 회군의 병졸이었던 정사정은 왕에게 바른 정치를 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이석훈 감독이 "역사와 사극을 보는 관객들의 재미 중 하나가 과거와 지금의 현실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재미를 많이 느낀다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해적'만의 특별한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 감독은 또 영화 속에서 개국세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해적과 산적에게 덮어 씌운 후 토벌하러 다니는 장면에 대해 "영화 속 ‘한상질’과 ‘정도전’의 대화에서 ‘이 모든 것은 다 조선을 위한 것일세’라는 대사는 사실 다 자신들을 위한 일이다. 대의명분을 위해 양민을 학살한다든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을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관람 팁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고, 나아가 현실을 잊게 만드는 유기체이기도 하다. 매회 21세기 리더십 강의를 보여주는 듯 했던, 얼마 전 안방극장을 흔들었던 드라마 '정도전'의 열풍과 이어진 사극 영화들의 붐은 연장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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