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데뷔 10주년, 30대가 공감하는 ‘어덜트 콘텐츠’ 담았다” [인터뷰]
OSEN 조민희 기자
발행 2014.08.20 17: 47

[OSEN=조민희 인턴기자] 남성그룹 페퍼톤스가 2년 만에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20대 때는 그저 경쾌하고 밝은 부분에 초첨에 맞췄다면, 30대가 된 지금은 “영한 이야기도 좋지만 우리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어덜트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행된 페퍼톤스와의 인터뷰에서 멤버 신재평은 “이번 앨범 내고서 동료 뮤지션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평소에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더 그랬다. 심금을 울렸다는 말도 있었고”라며 5집 앨범 발매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터링 없이 오픈됐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피곤한 거구나’라는 투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경험 없는 사람들은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해왔던 해맑은 음악과는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살면서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하며 이번 앨범의 핵심 포인트를 설명했다.
앞서 1집부터 3집까지 여성 객원보컬 참여가 많았던 페퍼톤스의 앨범에 비해, 이번 앨범에는 옥상달빛이 참여한 ‘캠퍼스 커플’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이장원은 “사실 4집 때부터 객원보컬을 잘 안 썼다. 그 이후부터는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한 번 더 그렇게 하기로 했다. 4집과 5집이 1~3집에 달라진 건 별 무리 없이 둘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공연갈 때 저희까지 10명 정도가 움직였는데 지금은 5명이 다닌다”고 말했다. 이에 신재평은 “차 한 대에 껴서 탈 수 있다. 근데 남성 팬들이 실망하고 격분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TV에서는 보기 힘든 그들은 주로 공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공연을 위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딱히 없었다. 다만 음반하고 음악만 갖고 생활을 하기 어렵다. 소비하는 방식일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공연을 하게 됐다. 페스티벌도 많아지고 극장에서 티켓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직접 사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아낌없이 발걸음 하시기 때문에 저희도 거기에 맞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공연무대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페퍼톤스는 1집부터 3집까지는 파란만장한 20대를 보여주듯 유쾌했던 음악이었지만, 이젠 조금 나이를 먹은 30대의 소탈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신재평은 “그러고 싶다. 큰 틀은 안 바꾼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들었을 때 씩 웃게 되고 기분 좋은, 즐거운 음악은 변하지 않았다. 그 안에서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했고, 그럼으로써 고인물이 아닌 시대에 따른 팬시하고 예쁜 음악, 팝음악, 밴드음악을 선보 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음악은 아저씨 같은 자연스러운 음악에 도전했다. 꾸준히 들으신 분은 흐름이 읽힐 수 있다. 아무래도 음반이 5장 째 다보니, 저희음악에 대해서 각기 다른 기대가 생기셨다”며 남다른 음악적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들이 건네준 이번 앨범은 앨범 수록곡부터 사진집까지, 꽉 차 있었다. 특별히 이번 앨범을 위한 색다른 시도를 묻자 신재평은 “반주, 뮤직비디오. 음악적으로는 컨트리 장르에서 많이 쓰는 악기들 사용해봤다. 올드한 느낌이 나게 하려고 ‘60년대 드럼은 어떻게 했나’ 조사해서 연습도 했다. 음악 외적으로는 뮤직비디오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이장원은 “사진집이 추가됐다. 겉으로 보면 아이돌 같지만 열어보면 아저씨 둘이 있다”며 크게 웃었다. 그들의 여행 사진을 담은 사진집은 그들만의 소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 이번 앨범의 색깔을 분명하게 그려냈다. 
 
타이틀곡은 총 3곡. 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의견이 안 좁혀져서 그랬다”고 밝혔다. 신재평은 “처음부터 결정하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곡들이 얼추 나오고 나면 주변 분들하고 함께 결정한다. 이번에는 의견들이 안 좁혀져서 타이틀곡 여러 개로 하는 건 어떤 지 제안했다. 사실 우리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장원은 “우리는 TV에 자주 나온다거나, 어떤 곡을 특별히 '홍보하겠다'해서 그 곡을 알릴 기회가 없다. TV에 출연하는 밴드에 비해 저희는 타이틀곡 결정하는 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건 타이틀이다’ 정해놓고 들어갔던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오랫동안 토론해서 결정했다”며 타이틀곡 결정에 대한 비화를 전했다.
총 1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는 총 11개. 그들은 뮤직비디오에 대한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신재평은 “‘B급 유머코드’를 좋아한다. 찍어준 우문기 감독님 역시 각자 스타일에 맞게 잘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한강에서 추리닝을 입고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 갈대밭에 들어가 상모를 돌리면서 풍작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단연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해 가볍게 찍은 ‘B급 유머코드’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연주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더 솔직하고 소탈한 연주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신재평은 “이번 앨범 작업할 때는 화려한 편곡을 하지 않았다. 베이스, 기타, 노래가 끝이었다. 그 외에 현악기를 다룬 적은 없었다. 대부분 녹음실에서 작업하면서 베이스 소리에 곡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풍성하게 했는데, 지금은 베이스만 연주해도 만족한다. 그 전까지는 아쉬운 부분, 섭섭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면 ‘아 이제 좀 치네’라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가졌다. 그런데 노래는 해도 안는다. 타고난 것 같다. 아예 포기했다. 노래를 잘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장원은 “언제나 잘 친다고 생각했다. 연주하고 나서 ‘튠 하지말자, 우리가 납득할 정도로만 하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래를 너무 잘하면 반주가 죽기 때문에 노래는 우리가 납득할 정도로만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앨범 작업 중 겪었던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신재평은 “노래에 대한 영감은 두서없이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찾았다. ‘좋은 가사 써야지’ 이렇게 해서 나오지 않는다. 살다보면 뭐하나 툭 나왔을 때 저장해놓고, 나중에 모인 것을 보면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했다. 이번에 마지막까지 가사가 안 나와서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이장원 역시 “꼭 해야 될 때 안됐다. 어쩔 때는 가사를 생각한다고 몇 시간동안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면서 셀카를 찍으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혀 폭소케 하기도 했다.
또한 이장원은 “수록곡이 빨리 나오는 편인데 이번엔 좀 오래 걸렸다. 거의 막판에 결정 나서 발매를 늦추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고 밝혔다. 신재평 역시 “2명이다 보니까 의견이 정확히 반으로 딱 갈릴 때가 있다.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질질 끌었었다. 애초에 기획할 때 무조건 트랙수를 15개로 하자고 얘기할 만큼 이번 앨범은 양을 푸짐한 앨범으로 만들자고 얘기했다. 요즘 나오는 미니나 싱글앨범에 비해 효율적인 경쟁이 아닌가. 남들이 잘 안하는 것을 해서 아직도 음반의 가치가 있고,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 더 배부를 수 있게 하자고 계획했다”며 알찬 앨범에 대한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신재평은 “전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처음엔 좋아서 막 시작했으니까 없던 힘도 생기고 그런데, 계속 같은 일을 10년 하니까 3집 때부터는 ‘이 음반이 우리의 마지막 음반이 될 수 도 있어. 잘해보자’라며 다짐한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특별히 주목받은 적이 없지만,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한 페퍼톤스. 음악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은 없을까. 그들은 “저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10년을 버틴 팀이 없을 것이다. 저희는 은근과 끈기로 버텼다. 그 사이에 도와준 사람들도 많고 공연도 엄청 커졌고, 굴곡도 많았지만, 비교적 무난했다. 앞으로도 삐걱대지 말고 은근과 끈기로 가고 싶다”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방송에 직접 출연한 적은 없지만 예능 배경음악으로 많이 나왔다. 아는 사람만 잘 알고 좋아하는데, 불만은 없고 계속 이 정도라도 꾸준히 가고 싶다. 지금 앨범을 30대 때 기념품으로 남겼고, 40대 때도 앨범으로서 남기고 싶다. 그 이후에도 계속하면 멋질 것 같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털어놨다.
그들의 풍성한 앨범은 그들의 지금까지의 삶을 축소한 작은 선물 같았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무작정 달려들었던 그들의 패기는 이제 그들의 음악인생을 시작하게 만든 한 축이 됐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끈기와 지구력으로 버틴 그들의 음악은 10년이라는 짧지만 긴 그들의 음악인생을 더욱더 알차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10년, 20년 지나면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의 다음 음반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페퍼톤스는 지난 16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클럽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 17일 대구 공연을 마친 페퍼톤스는 오는 23일 광주, 24일 대전, 30일 서울에서 투어를 차례로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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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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