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사재혁, "인천AG,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계기되길"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8.20 17: 23

"인천아시안게임이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사재혁(28, 제주특별자치도청)이 다시 한 번 국제무대에서 바벨을 잡는다. 부상과 재활로 점철된 선수 인생,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을 나이, 런던올림픽의 좌절... 모든 것을 담은 원판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하지만 사재혁은 이를 악물고 바를 들어올린다.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현실에 안주할 수 없었던 '오뚝이 역사(力士)'는 그렇게 도전을 선택했다.
2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D-30 국가대표 임원·선수 기자회견 및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사재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년 전 봄, 올림픽 국가대표로서 같은 자리에 앉아 금메달의 꿈을 꾸던 청년은 부상과 좌절, 재활과 재기라는 부침을 겪고 한층 성숙해진 얼굴로 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개인적인 목표는 명예회복이다. 역도의 자존심이 많이 실추됐는데, 이를 위해 냉정하게 잘하겠다." 역도 종목을 대표해서 기자회견에 나선 사재혁의 각오는 짤막하지만 묵직했다. 부상으로 인해 포기해야했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경기장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다 다시 한 번 부상에 덜미를 잡혀 퇴장해야했던 2012 런던올림픽의 시련이 사재혁의 얼굴에 비장미를 드리웠다.
런던올림픽이 남긴 상처는 컸다. 부상은 선수생활을 위협할 정도였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사재혁은 "런던올림픽 이후에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이 계속 나오는데 회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다시 앉은 것만으로 영광으로 알고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부상과 좌절 이후 사재혁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바벨을 놓을 수는 없었고, 2013년 전국체전 3관왕에 올라 여전히 한국 남자 역도의 간판임을 입증했다. 끝이 아니었다. 사재혁은 고심 끝에 기존의 77kg급에서 85kg급으로 체급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국내대회에서 77kg급에 머무르며 안주할 것이냐, 85kg급으로 체급을 올려서 국제대회에 더 도전할 것인가 고민했다. 결론은 도전을 택했다"고 설명한 사재혁은 "앞으로도 내게 기회가 더 주어질 것 같다"고 웃었다. 사재혁은 지난 6월 열린 역도선수권대회 일반부 85㎏급에서 인상 166㎏·용상 202㎏·합계 368㎏으로 3관왕에 오르며 도전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한 바 있다.
"웬만하면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돌아올 것만 생각해서 욕심을 내다가 무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욕심이 난다"며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밝힌 사재혁의 목표는 85kg급 한국 기록 경신이다. 사재혁은 "아직 기록은 모자라지만 나이나 부상 전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희망이 있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85kg급 한국 기록은 인상 170kg, 용상 212kg, 합계 382kg이다.
한 때 역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사재혁을 다시 역도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팔할이 그의 자존심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금메달리스트인데..."라며 쓴웃음을 지은 사재혁은 부상으로 인한 방황의 시간 동안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기억들을 짧게 떠올렸다. "운동하면서 힘든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외적인)스트레스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이은 사재혁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30일 남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의지를 조용히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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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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