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즉 LG와 롯데, KIA를 세 글자로 줄인 이 말은 팬들에게 아픔의 기억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세 인기구단은 2000년대 초반 나란히 하위권에 머무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롯데가, 2005년과 2007년은 KIA가, 2006년과 2008년은 LG가 각각 최하위에 그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기구단의 성적부진은 한국 프로야구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물론 세 구단의 성적부진이 흥행 부진의 모든 원인은 아니었지만 영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한 편으로 '엘롯기'라는 말은 해당 팬들에게 자부심과도 같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세월동안 변심하지 않고 열정과 응원을 보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롯데가 로이스터 열풍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한 이후 이제는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가게 됐고, KIA 역시 2009년 우승을 정점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두드리는 팀이 됐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히 '엘롯기'라는 말은 의미가 퇴색됐다. 해당 구단 팬들은 과거 동지애를 나눴던 사이에서 이제는 라이벌로 돌아서게 됐다.

작년 한때 LG와 롯데, KIA는 동시에 4강 문을 두드리며 승리의 찬가를 부를 뻔했다. LG는 긴 침묵을 깨고 가을야구에 초대받는 기쁨을 누렸지만, 롯데는 5위에 그치며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고 KIA는 시즌 초 선두를 질주하다가 부상자가 속출하며 8위로 시즌을 마치는 아픔을 맛봤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세 팀이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한 장 남은 포스트시즌 진출티켓을 두고 치열하게 싸워야만 한다. 게다가 순위도 '엘롯기' 순이다. 5위가 LG, 6위가 롯데, 그리고 7위가 KIA다. LG와 롯데는 승차가 없고 승률만 차이가 날 뿐이고, KIA도 이들을 1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4위 두산과는 LG와 롯데가 고작 반 게임, KIA도 1.5게임에 불과하다.
누구나 가을야구에 초대받을 기회가 있다. 워낙 격차가 적기 때문에 누가 유리한지 굳이 따질 이유가 없다. 3연승만 달려도 4위 자리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조금만 연패가 길어진다면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악몽이 도사리고 있다. LG와 롯데는 9위 한화에 5경기, KIA는 3.5경기 앞서있을 뿐이다.
최근 분위기는 롯데가 가장 좋지 않다. 60일 동안 4위 자리를 지켰지만 후반기 5승 16패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1승 9패다. LG와 KIA도 최근 10경기 4승 6패로 훌륭한 성적은 아니다. 마운드는 LG가 안정되어 있고, 타선은 KIA가 세 팀 중 근소우위다. 롯데는 전열에서 이탈해있는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언제든 4위 탈환을 노릴 수 있다.
LG는 26경기, 롯데는 28경기, KIA는 29경기를 각각 남겨뒀다. 또한 LG는 롯데와 5경기, KIA와 4경기가 남았고 롯데는 KIA와 2경기를 치르면 된다. 상대전적은 LG가 가장 유리한데 롯데를 상대로는 6승 4패 1무, KIA를 상대로는 7승 5패로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롯데와 KIA의 상대전적은 7승 7패로 동률이다.
공교롭게도 '엘롯기' 순서대로 순위표 아래쪽에 자리잡은 세 팀. 남은 자리는 하나, 시즌 막판 펼쳐질 자존심싸움은 프로야구 흥행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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