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도시의 법칙 in 뉴욕'이 지난 20일 방송된 1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이날 멤버들은 각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뉴욕을 담았다. 뉴욕에서 사는 동안 깨달은 것과 느낀 것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성수는 뉴욕은 "다양한 나를 찾는 거울의 도시"라고 정의했고, 정경호는 "도시에서는 절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백진희는 "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선행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백진희는 3주 동안 뉴욕팸이 벌어들인 약 1,000불을 기부하자고 제안했고, 뉴욕팸은 동의했다. 김성수와 이천희는 앞서 방문한 9.11 메모리얼 파크에서 만난 김평겸 선생을 찾아갔다. 9.11테러로 잃은 아들의 이름으로 재단을 운영 중인 김 선생은 이들의 기부를 받아들였다. 뭉클함이 브라운관을 채우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도시의 법칙'은 따뜻한 도시예능이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백진희의 주도로 뉴욕팸은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가수 출신 변호사 이소은, 톱모델 박성진 등 뉴욕에서 꿈을 당당히 펼쳐나가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적잖은 울림을 줬다. 뉴욕의 이면을 보여준 9.11 메모리얼 파크나 할렘도 신선했다.
그들이 뉴욕에서 치열하게 보낸 시간들은 뉴욕을 이미 경험한 시청자들에겐 향수를 선사했다.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센트럴 파크, 월스트리트, 타임스퀘어 등 주요관광지를 비롯해 도시 곳곳이 화면에 담기며 뉴욕을 가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겐 호기심과 새로움을 자아냈다.
시리즈 첫 번째 편인만큼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여행과 체험의 애매한 경계에 머물렀던 점이다. '도시의 법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을 담는다는 것이 콘셉트다. tvN '꽃보다' 시리즈 등 여행예능과는 다른 체험예능을 표방한다. 뉴욕팸이 초반 무일푼으로 노숙자에 가까운 생활을 하거나, 몸소 일자리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촬영 기간은 3주로, 그 도시를 충분히 체험하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다. 일자리를 찾는데는 언어의 장벽이 컸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한 멤버는 문 한 명으로, 존박과 에일리가 헬퍼로 등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백진희와 이천희 김성수는 제작진이 사전에 섭외한 패션회사에서 근무했고, 이들 곁에는 통역이 함께 했다.
체험도 여행도 만족시켜주지 못한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SBS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정글의 법칙'을 연출한 이지원PD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방영 전과 달리 프로그램은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제성도 아쉬웠다. 멤버 누구 하나 모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던 점도 한 몫했다.
하지만 '도시의 법칙'이 도시가 지닌 얼굴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따뜻한 도시예능'의 가능성을 열었다.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한 '착한예능'이란 점은 분명하다. 다만 더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업그레이드 돼 돌아올 '도시의 법칙'이 궁금해지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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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법칙'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