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의 독한 말들이 유독 ‘라디오스타’에서 상당수 용인이 되는 것은 김구라를 호되게 몰아칠 수 있는 스타들의 반격과 이 프로그램이 가진 캐릭터쇼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독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도 논란을 최소화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현명한 줄타기가 지상파 토크쇼의 자존심을 세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의 땀 분비를 유발하는 장동혁의 독한 폭로가 안방극장에 웃음을 투하했다. 장동혁은 김구라가 소위 ‘잘 나가지 못하는’ 후배의 이름을 외우지 못한다는 점과 자신에게 “10년째 겉돈다”는 독설을 했다는 폭로로 김구라를 당황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김구라는 “음해다”, “왜 이야기를 꾸며내느냐”라고 맞받아쳤지만 이미 독한 마음을 품고 김구라를 잡겠다고 나온 장동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날 방송은 심폐소생술 특집으로 장동혁 외에도 개그맨 이병진과 김태현, 방송인 사유리가 함께 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을 자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심폐소생술 특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장동혁은 MC 김구라를 당황하게 만드는 콘셉트로 빵빵 터뜨렸다. 이미 ‘멈춰버린 예능심장에 심폐소생술을 해주겠다’는 MC들의 소개가 깔렸기 때문에 성역 없는 독설로 재미를 선사하는 김구라와 그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장동혁의 말씨름은 이날 방송의 큰 웃음 축이었다. 어디가서 김구라가 다급하게 그리고 다소 부정확하게 말을 더듬으며 해명을 하겠는가. 이 같은 의외성은 예능프로그램, 특히 일정 부분 같은 구성의 토크쇼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라디오스타’는 소위 MC들의 물어뜯는 진행 속에 게스트들의 솔직한 수다가 재미 지점. 오히려 장동혁에게 물어뜯긴 김구라가 간만에 목청을 높여 흥분해 해명을 하고 어떻게든 장동혁의 이야기의 허점을 찾아내고자 눈에 불을 켜는 과정은 ‘라디오스타’가 제법 잘 활용하는 예능 역학관계가 주는 재미가 됐다. 갈등의 불씨를 지핀 후배 장동혁의 공격에 판을 키우며 재미를 만들어낸 김구라의 현명한 토크쇼 운영방식,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다른 MC 김구라-윤종신-규현의 진행, 그리고 제작진의 센스 넘치는 자막과 화면 구성이 즐거움을 높였다.
사실 방송인 김구라의 트레이드마크인 독설은 수위 조절이 필수. 때마다 그가 의도하지 않아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사과를 하면서 진정시키는데 김구라의 웃음 형성 방식이 현명한 줄타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독설을 공론화시키고 인지도를 높이게 만든 공신인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의 독설 활용법을 제작 과정에서 체득하는 동시에 발전시키고 있다. 험한 말을 내뱉거나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논리정연한 화술의 김구라 역시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하는 모습을 캐릭터로 활용해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토크쇼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라디오스타’가 화제성과 파급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김구라를 비롯한 MC들이 가진 캐릭터쇼에 녹아드는 안전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정적인 구성 속에 각양각색, 다양한 떡밥 투척이 가능한 게스트가 함께 하며 ‘라디오스타’가 벌써 방송 8년차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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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