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신인 이창열, 애정 가는 후배"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22 05: 59

지난 21일 대전구장. 한화-SK전이 우천 연기 결정이 나기 전부터 적잖은 비가 그라운드에 내렸다. 한화 선수들이 모두 훈련을 마친 뒤 비를 피해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내야수 정근우(32)와 이창열(23)이 그라운드로 나와 캐치볼을 했다. 비가 왔지만 둘의 캐치볼은 한동안 계속 됐다.
올 시즌 한화에 입단한 대졸 신인 내야수 이창열은 정근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건국대 시절부터 정근우가 우상이었는데 마침 그가 한화에 지명받은 뒤 정근우가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해부터 우상과 한 팀에서 뛰게 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근우의 뒤를 졸졸 밟는다.
이창열은 "정근우 선배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선배님이 귀찮을 정도로 옆에서 계속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고 있다. 타격·수비·주루부터 사소한 것까지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내야 포지션으로 작은 체구와 근성 있는 플레이까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정근우의 모든 것을 뺏고 싶어한다.

이창열은 "정근우 선배님께서도 많이 신경써 주신다. 오늘처럼 비가 와 경기가 연기됐을 때도 그냥 가지 말고 웨이트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며 "덕아웃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앉아 경기 보지 말고 상대 선수들까지 어떻게 하는지 상세하게 봐야 한다고 한다. 그 조언들이 많이 도움된다"고 고마워했다.
지난달 중순 부름을 받고 한 달 넘게 1군에 몸담고 있는 이창열은 20경기에서 타율 1할9푼 4안타 3타점 4득점 1도루를 기록 중이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지난달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타석을 결승 3루타로 장식했고, 16일 마산 NC전에서는 팔을 멈춰 태그를 피하는 재치있는 플레이로 도루를 성공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루·3루에서 안정된 수비력까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근우도 자신의 데뷔초를 닮은 듯한 이창열에게 애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볼 때마다 때리고 싶다"고 웃으며 농담한 정근우이지만 "캠프 때부터 정말 열심히 하는 후배라 눈에 들어왔다. 나처럼 체구도 작아서 그런지 애정이 가는 후배다. 가능성이 있는 후배이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정근우도 대졸 신인으로 SK에 입단한 2005년 첫 해 백업멤버로 나서며 52경기 타율 1할9푼3리 5타점 4도루를 올렸다. 첫 해 성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아 국내 최고 국가대표 2루수로 성장했다. 이창열도 "3년 후에는 꼭 한화의 주전 내야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아직 크게 보잘 것 없는 신인이지만 이창열은 '우상' 정근우를 바로 곁에서 보고 배우며 먼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정근우 FA 영입은 이처럼 보이지 않게 한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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