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이 애절한데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섹시함까지 갖춘 눈빛으로 ‘안방 어택’에 성공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1주일 후를 기약하며 선택한 마지막 장면은 장혁의 복잡한 심정이 모두 들어간 눈빛이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6회는 이건(장혁 분)이 자신이 꼭 되찾고 싶었던 아기 그림을 가지고 간 이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미영(장나라 분)의 분노에 찬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이건은 미영에게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프랑스로 돌려보내주기로 결심하고 그림을 작업실에 몰래 가져다놓으려고 했다.
물건을 잊어 작업실에 당도한 미영은 이건이 그림을 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때마침 이건은 자신과 미영의 사랑의 상징과 같은 사탕이 그려진 그림을 발견했고 미영의 진심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미 미영은 이건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실망에 가득한 상태였고, 두 사람은 또 한번 엇갈리고 말았다.

미영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숨기고 미영을 떠나보내고자 했던 이건이 그림을 발견하고, 또한 자신이 영자라는 사실을 들켜 또 한번 오해를 사는 마지막 장면은 이건과 미영의 안타까운 사랑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사랑했지만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에 미영을 모질게 내쳤고, 이런 오해로 인해 재회한 후 미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이건의 안타까운 심정이 드러났다.
이날 방송은 장혁의 눈빛 연기가 그 어떤 때보다 이건의 안쓰러운 감정을 잘 대변했다. 사랑하지만 용기를 낼 수 없는 이건의 주춤거림, 미영의 진심을 알게 된 후의 형용할 수 없는 감정, 또 다시 오해를 사면서 사랑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꼬인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장혁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
이건의 독특한 어조와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웃긴 설정에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남자 주인공이 멋있는 것은 이런 장혁이라는 배우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됐다. 코믹 연기를 할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거침 없이 망가지면서도, 애절한 감정 연기 때는 섹시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발산하며 우스꽝스러웠던 직전의 표정과 말투를 확 잊게 한다. 코믹과 정극이 오가는 드라마에서 어느 한쪽이 튀지 않고 적절히 배합되며, 웃기고 울리는 이 드라마의 마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
장혁은 ‘추노’에서도 깊은 눈빛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섹시미까지 갖췄다. 장혁이라는 배우가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있는데다가 코믹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고, 유부남임에도 멋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안방극장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좋은 배우는 하나의 눈빛으로 하나의 장면으로 자신의 연기 내공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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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