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는 또 우리를 설레게 할 수 있는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8.22 18: 26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한동안 코마 상태에 빠진듯했던 엠넷 '슈퍼스타K'가 22일 시즌6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다. 이번 시즌 역시 미지근하면, 이후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겠냐는 어두운 전망을 안고 시작하는 절체 절명의 순간. '슈퍼스타K'가 또 한번 기적을 노래할 수 있을지 팔짱 끼고 보는 사람들의 엄격한 시선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시즌이 왜 그리 부진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우승자 박재정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실력이 더 이상 놀랍지 않았고, 겁없이 뛰어든 동시간대 경쟁자 JTBC '마녀사냥'이 난데 없는 '19금' 돌풍의 주역이 된 영향도 있었다. '고만고만'한 노래를 듣느니, 남자 MC들이 질펀하게 꺼내놓는 성생활 얘기에 더 눈과 귀가 향하는 건 당연한 일일테다.
'슈퍼스타K6'의 제작진이 제일 먼저 고민한 것도 바로 이것일 터. 이에 응답하듯 제작진은 음악을 중심으로, 노래를 많이 들려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에 충실하겠다고 연출의 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일부 출연자의 영상을 선공개하는 등 이제 더 이상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약올리지 않겠다고 '자숙'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음악이 훌륭하다면 '슈퍼스타K6'에겐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고, 유명세를 치르는 참가자가 몇몇 나올 수 있다. 이 참가자의 인기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높일테고, 그러다보면 '슈퍼스타K'가 다시 전성기를 찾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슈퍼스타K'가 노래하는 기적이 또 한번 시청자들을 설레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해서는 아주 낙관하기 어렵다. 애초에 '슈퍼스타K'의 인기는 기존 K-POP에 대한 염증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었다. 꽃미남들이 노래보다 춤에 더 열중하고, 걸그룹이 중독성만 노린 후크만 불러대는 동안 '진짜 가수'가 사라졌다는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슈퍼스타K'는 그 기회를 영민하게 잡았던 것이다.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는) 기획사에 발탁되지 못한 대다수의 참가자들에게 시청자들이 이입하기는 쉬웠다. (실력이 있음에도) 가요계 언저리서 기회를 잡지 못하던 참가자들이 메인스트림으로 당당하게 올라서는 모습은, (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억울하게) 이 사회의 언저리에 있는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 허각의 우승은 마치 이 자그마한 오디션 프로그램 안에서나마 공정사회를 실현한 듯한 뿌듯함도 안겨줬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또 이런 '착각'을 할 수 있을까?
200만명 중 단 한명이 기적을 노래하는 동안 나머지 199만9999명이 쓸쓸하게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서인국이, 허각이, 로이킴이 되지 못한 참가자들은, 아니 이들 조차도 시장논리와 관계 없이 '공정하게' 경쟁할 곳은 없었다. 몇몇 우승자는 지상파 출연을 놓고 오랜 시름을 겪었다. 대형기획사의 소속 가수가 돼서 다른 아이돌 가수와 다를 게 없는 생활에 접어들기도 했다(장범준이라는 딱 한명의 예외가 있다). 이나마도 되지 못한 누군가는 다시 기획사의 연습생이 됐고, 몸무게를 감량해 미의 기준에 맞춰야 했고, 싱글 하나 내고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슈퍼스타K'가 팔아온 기적 판타지는 정말 판타지에 불과했다는 게 점차 확실해진 셈이다. 가요계는,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SBS 'K팝스타'가 대기업에 입사하고픈 욕망을 솔직하게 긍정하면서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슈퍼스타K'의 슬로건은 이제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래서 '슈퍼스타K6'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어쩌면 노래를 몇초 더 틀어주고, 편집 수위를 조절하는 일 따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노래만이 진심이라며 애써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척 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노래 잘하는 참가자는 지겹도록 봤다. 심사위원의 어록도 나올 만큼 나왔다.
지금 필요한 건 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 이미 왕성하게 굴러가고 있는 가요계서 '슈퍼스타K'가 왜 필요한지를 설득시키는 일일 것이다. 기획사로 가도 데뷔 기회를 잡을 것 같은 참가자의 기적을 굳이 큰 돈 들여 보여줄 이유는 없다.   
시청자들은 이제 공정사회가 불가능함을 체득해버렸다. 우승자의 눈물이 시시해졌다. 이들에게 '슈퍼스타K'는 또 어떤 새로운 게임을 제시하고 어떻게 몰입시킬 것인가, 그게 이번 시즌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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