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뚜벅뚜벅 걷는 길에 감성이 묻어난다. ‘꽃보다 청춘’의 여행이 청춘을 예찬, 설레는 감정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유희열의 힘은 상당하다. 성격이 다른 40대 남자들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난 여행에서 크나큰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인간미의 숨결이 느껴지는 유희열이라는 남자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은 여행 6일과 7일차를 맞아 최종 목적지인 마추픽추로 떠난 윤상, 유희열, 이적의 여행기가 담겼다. 함께 여행을 떠난지 어언 일주일이 되자 이들은 제작진이 다소 예능적으로 심심하게 여겨질 정도로 조화를 갖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역할 분담이 확실했고, 길을 헤매거나, 교통편에서 어수선한 일들도 벌어지지 않았다.
서로를 배려하며 여행을 즐긴 1주일동안의 변화다. 여기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유희열의 역할이 컸다. 맏형이지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던 윤상을 챙기고 여행을 지속할 수 있게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유희열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돋보였다. 고산병으로 쉬고 있는 윤상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 음식을 먹이는데 있어서 유희열은 반강제적인 행보를 택했다. 이미 윤상을 생각하며 길거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샀고, 그 전에는 자신이 계획한 빡빡한 여행 일정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스멀스멀 올라온 상태였다. 페루의 생경한 풍경보다 그의 머릿속에는 ‘상이형’ 윤상만 가득했다. 간질간질대는 백마디 걱정보다는 유희열의 몸이 더 빨랐다.

이적이 말한대로 윤상의 쉬겠다는 뜻을 존중하며 거리감을 두는 자신과 달리 유희열은 끼니를 챙겨야 아픈 몸도 낫는다는 당연한 순리를 지키게 만들었다. 마치 친형제처럼 투닥거릴 수 있는 의견충돌도 피하지 않는 것. 때문에 세 사람은 여행 막바지에 이르자 마치 ‘배낭 여행 특공대’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서로가 모자란 부분에 대해 채근하지 않고 채워주는 방식을 택한 것.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마냥 이들의 여행이 순조롭게 된 것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실질적인 여행 리더인 유희열 덕이기도 했다.
사실 유희열은 이번 ‘꽃보다 청춘’ 여행을 더욱 감성적으로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마른 체구와 달리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강해 그 어떤 여행지도 가장 먼저 찾아나섰고, 경이로운 풍광에 대한 감탄도 그 누구보다 크게 표현했다. 살리네라스 염전을 보며 광활한 염전을 가꾼 페루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사람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가진 감성적인 요소가 여실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인간과 인간이 부딪히는 곳곳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절친한 동료 가수들과의 전쟁 같은 배낭 여행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유희열의 발자취에는 감성이 묻어난다. 거창하게 그리고 화려하게 꾸미는 미사여구는 없지만 그가 내뱉는 감상평은 페루라는 낯선 외국에 흠뻑 빠지게 하고, 동시에 발을 디디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KBS 2TV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시작으로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그를 설명할 때 ‘감성’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마음을 동하게 하는 유희열의 신기한 재주다. 36.5도 체온보다 뜨겁고, 열정과 진정성을 갖췄지만 40대 나이답게 투박하지 않고 적당히 세련된 남자 유희열의 감성이 또 한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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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