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농구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이끄는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112-86으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미국은 지난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전 승리를 포함해 국내 평가전을 3연승으로 마쳤다.
미국이 대승을 거뒀지만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노출된 경기였다. 미국은 NBA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가드 카를로스 아로요와 J.J. 바레아를 수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미국은 로테이션 수비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며 전반전 외곽슛을 수차례 얻어맞았다. 2 대 2 수비도 수월하지 않았다. 고전을 면치 못한 미국은 52-47로 전반전을 근소하게 앞섰다.

공격에서 미국은 1 대 1이나 속공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이어졌다. 트래블링을 범하는 등 NBA보다 기준이 엄격한 FIBA룰에 적응이 더딘 모습이었다. 스테판 커리는 수비에서 파울이 선언되자 짜증을 내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대표팀은 지난 7월 29일 처음 소집됐다. 손발을 맞춘 기간이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존 월, 폴 조지, 케빈 듀런트 등 함께 훈련하다 빠진 선수도 여럿이다. 데릭 로즈의 상태도 불안하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아직 최정예 12명을 선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코트에 서는 5명의 선수도 유동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적인 조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스페인 등 라이벌 국가 선수들은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서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눈빛만 봐도 척척 통한다. 이들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떨어지는 개인능력을 만회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FIBA룰에서 이들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이 국제무대서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였다.
현재 미국선수 16명 중 FIBA룰을 적용하는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그들이 뛴 경기를 모두 합쳐도 41경기밖에 안 된다. 반면 라이벌 스페인은 국제대회 47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경험부족에 대해 카이리 어빙은 “우리는 젊지만 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점차 뛰다보면 FIBA룰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대표팀은 10년 전 동메달에 그쳤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과 흡사하다. 당시 미국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서니 등 데뷔시즌을 바로 마친 젊은 선수들을 데려갔다. 팀 덩컨과 앨런 아이버슨 등 베테랑이 있었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게 81-89로 패하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강력한 백코트 압박으로 경기를 풀었다. 상대 실책을 속공으로 연결해 대량득점을 뽑아 예봉을 꺾었다. 압도적인 가드-포워드의 장점을 살리고 높이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떨어지는 조직력을 탁월한 운동능력과 체력, 깊은 선수층으로 만회하는 셈이다. 이번 대표팀도 결국 비슷한 방법으로 우승을 노릴 전망이다. 미국이 월드컵에서 여러 불안요소를 극복하고 금메달을 사수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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