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출전’ 박정권, 패배에도 빛난 3안타 투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23 22: 01

경기 전 SK 벤치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선발 라인업이 정해져 선수들에게 통보된 상황에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만든 주인공은 박정권(33, SK)이었다.
박정권은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손에 부상을 당했다. 슬라이딩을 통해 2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상대 2루수 정근우의 글러브에 손이 부딪혔다. 통증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SK 코칭스태프는 이날 박정권을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검진 및 재활에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박정권이 코칭스태프를 찾아 “경기에 나서겠다”라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코칭스태프도 이를 존중해 오더 교환 직전 선발 라인업을 바꿨다.
이만수 SK 감독은 고마워했다. 이 감독은 “이런 점에서 우리 팀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태도에서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성준 수석코치 역시 “팀을 위하는 마음이 다른 선수들에게 파급돼 좋은 효과를 냈으면 좋겠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박정권의 타격 훈련을 바라봤다.

그런 박정권은 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23일 경기서 맹타를 휘둘렀다. 첫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 두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출루했다. 홈런 하나만 있었으면 사이클링히트도 가능했다.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으나 중견수에게 잡힌 것이 아쉬웠다.
5월 들어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잠시 2군을 경험하기도 했던 박정권은 SK의 중심타선에서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22일까지 후반기 18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타율(.254)에 비하면 훨씬 높아졌고 장타도 제 때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이 없는 장면까지 자주 나올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편이다.
그런 박정권은 책임감을 불태우고 있다. 박정권은 현재 임시 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주장인 박진만이 무릎 부상 재활을 마무리 짓기 위해 2군에 가 있기 때문이다. 박정권은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하는 정도”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이미 주장 경력이 있을 정도로 리더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선수다. 베테랑급 선수의 이런 투혼은 말을 하지 않아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비록 이날 SK는 난타전 끝에 9-10으로 졌지만 박정권의 몸짓에서 SK의 마지막 투지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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