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정준호가 ‘불륜남’을 연기하지만 안방극장의 욕을 한바가지로 먹진 않고 있다. 캐릭터가 눈에 확 띄는 신선한 맛은 없지만, 정준호의 현명한 캐릭터 설정으로 ‘마마’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준호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마마’에서 성공을 위해 오랫동안 교제했던 한승희(송윤아 분)를 버리고 지금의 아내 서지은(문정희 분)과 결혼한 남자 문태주를 연기하고 있다. 태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로 승희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본부장인 강래연(손성윤 분)의 적극적인 구애에 넘어가 불륜까지 저질러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야기만 보면 지독히도 ‘나쁜 남자’지만 ‘마마’는 태주라는 인물을 밉상으로 그리고 있진 않다. 지난 23일 방송된 7회만 봐도, 태주는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승희를 버렸던 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토로했다. 또한 래연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올가미 같은 여자인 래연이 어떻게든 태주를 옭아매려고 하나 태주는 가정으로 돌아오려고 벽을 쌓고 있다. 이게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태주는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모른 채 한그루(윤찬영 분)에게 승희를 두둔하는 따뜻한 말까지 했다. 태주는 “남자는 여자 마음 아프게 하면 안 된다. 특히 너희 엄마, 엄마가 널 얼마나 사랑하겠느냐. 그렇게 속 썩이면 안 된다”라고 자꾸만 반항하는 그루를 타일렀다.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승희의 아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따스하게 챙기는 자상한 성격인 것. 비록 성공을 위해 신의를 저버렸고, 불륜까지 저지르며 욕을 먹을 수 있는 캐릭터이나 이 같은 밉상 행동을 상쇄시키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도 존재한다.
정준호는 이 드라마 제작발표회 전 태주에 대해 ‘생계형 바람’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발언은 드라마 시작 전이라 오해를 살 대목이었지만 드라마 뚜껑이 열리고 나니, 다행히도 그가 표현한 ‘생계형 바람’의 의미는 비교적 잘 전달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신뢰를 무너뜨리는 태주의 행동에 박수까지는 보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어느 정도 딱하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태주는 안방극장에 간간히 등장하는 뻔뻔한 ‘불륜남’은 아니다. 외도를 하면서도 난감해 하는 태주의 표정은 정준호가 잘 표현하고 있다. 전작 ‘내 이웃의 아내’에서도 불륜 연기를 했던 정준호는 여자들의 우정을 다루는 이 드라마에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적당히 욕을 먹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짠하게 느껴지는 태주를 극중에서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는 것.
이 시대 보통의 중년 남성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정준호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찌질한듯’ 하면서도 든든한 구석이 있는 흔한 아빠와 무척이나 어울리는 남자다. 그리고 정준호는 언제나 그랬듯 뛰어난 연기력으로 미워하기도 그렇다고 좋아하기도 애매한 태주라는 인물의 가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극단적인 밉상 ‘불륜남’이 아닌 태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드라마가 재밌는 요소도 달라지는 게 ‘마마’가 가진 신기한 구성이기도 하다.
한편 ‘마마’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 뿐인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한 여자와, 남편의 옛 연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한 여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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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