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배우 오연서가 ‘왔다 장보리’에서 매회 눈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악녀 끝판왕’이 출현한 가운데, 어쩌면 만날 당하기 일쑤인 오연서가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여기에 극중 딸 김지영을 잃어버린 후 오열하고 실신까지 이르게 되는 연기로 진한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오연서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인 장보리를 연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장보리의 인생을 훔친 연민정(이유리 분)의 악행이 회가 거듭될수록 기하학적으로 늘고 있는데 덕분에 보리는 언제나 울고 화내기 바쁘다. 민정을 연기하는 이유리는 소리를 빽 지르느라 힘을 쓰고 있고, 보리를 연기하는 오연서는 울고 분해하느라 진땀을 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3일 방송된 39회는 오연서의 눈물 열연이 안방극장을 휘감았다. 민정이 자신의 친딸이자 보리가 끔찍이도 아끼는 장비단(김지영 분)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다가 잃어버리게 되면서 보리가 사랑하는 남자 이재화(김지훈 분)와의 결혼까지 포기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지독히도 강한 모성애가 발휘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모성애는 안방극장의 흔하디 흔한 설정이지만 오연서는 이 같은 진부한 연기도 눈물 짓게 만드는 풍부한 연기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후 모든 이성이 마비된 듯 혼란에 빠진 보리. 이후 보리는 몇 번의 오열과 민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다가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다 못해 정신까지 잃는 보리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오연서는 이 장면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혼돈, 그리고 민정에 대한 극도의 분노에 치를 떨며 눈물을 쏟는 연기를 했다. 오연서가 선택한 절제된 연기는 목청을 높이지 않아도, 표정을 심하게 찡그리지 않아도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에서 보리의 지옥에 온 듯한 아픈 심정이 대변됐다.
슬픔을 넘어선 극한의 상황을 단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수도꼭지 눈물 열연이었다.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긴 무명생활을 청산한 오연서는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탑팀’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낸 바 있다. 2002년 가수로 먼저 데뷔한 후 연예계 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이 만만치 않은 내공의 배우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를 잊게 하는 빼어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진한 욕설과 과장된 표정이 가미된 사투리 연기로 연기의 폭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초반 다소 어색한 기운도 풍겼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사투리 연기가 자리잡으며 보리라는 캐릭터의 맛깔스러움을 살렸다. 씩씩한 캔디인데다가 걸쭉한 사투리가 섞이니 망가지면서도 예쁜 보리가 탄생됐다. 그동안 드라마를 통해 밝고 씩씩한 매력을 전파하는데 성공한 오연서는 쉽지 않은 사투리 연기까지 되는 젊은 여자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후반부에 흐를수록 눈물지을 일이 많은 보리에게 완벽하게 감정 이입을 해서 ‘왔다 장보리’의 흥행 질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왔다 장보리’는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다운 지루할 틈 없는 극과 극을 달리는 전개가 탄력이 붙으며 시청률 30%를 돌파한 상황. 당하기만 하던 보리의 반격이 예고된 가운데, 오연서가 앞으로 이 드라마에서 펼칠 짜릿한 복수극이 시청자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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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