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하나의 특집이 끝나는 순간, 새로운 특집의 떡밥을 던졌다. 언제나 그렇듯, 연속성을 가진 이 프로그램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순간이었다. 심리전을 마무리 짓는 동시에 추격전을 예고했다. 2009년 방영됐던 ‘여드름 브레이크’의 시즌 2라는 이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심리전 특집인 ‘도둑들’ 결과 박명수가 최종 우승을 하며 석방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명수는 박터지는 심리전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노홍철과 하하 등을 제치고 석방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도둑들’ 1탄에서 멤버들을 취조해 곤경에 빠뜨렸던 실제 특수 조사관 모종준 씨가 재등장했다. 모 씨와 박명수가 함께 다른 5명의 멤버들이 감옥에서 탈출했다는 설정 하에 대국민 추격전을 벌이는 것. 이날 방송은 5명의 멤버들이 박명수와 모 씨, 그리고 시청자들을 피해 도망을 쳐야 한다는 설정을 예고하며 마무리됐다. 박명수가 심리전에서 생존하는 과정 자체도 재밌었지만 새로운 추격을 시작하는 과정은 예고 떡밥 덕에 기대감을 높였다.

이 같은 다수의 특집이 맞물리는 구성은 ‘무한도전’이 그동안 즐겨했던 방식이다. 지난 9년간 방송되며 특집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멤버들이 한번 내뱉은 말을 끝까지 지키게 만드는 연속성을 가진 구성을 보였다. 작게는 멤버들의 말실수를 추적하는 구성부터 크게는 하나의 특집을 또 다른 특집으로 연결지어 판을 키우는 대범함을 보였다. 특히 이 같은 연속성은 추격전에서 빛났다. 지난 해 관상 특집 당시 상황극으로 시작해 추격전으로 이어지며 흥미로운 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가진 캐릭터가 끊임 없이 변주되는 포맷과 조화를 이루며 반복되는 구성을 피하고 있다. 물론 9년간 방송되며 스포츠 도전기, 추격전, 상황극, 토크쇼, 퀴즈쇼 등 큰 구성으로 구분 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매주 달라지는 포맷은 이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는 힘이다. 이 가운데 예능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특집과 특집을 연결 짓는 연속성으로 예능의 드라마화를 만든 것이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이 유독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연속성이 가진 매력이 팬층의 지지도를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단발성을 지양하는 기본적인 토대는 폭넓은 시청자가 양산되는데 어려움이 있긴 하다. ‘무한도전’이 가끔 난해하다거나, 가끔 어디가 웃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일으키는 데 이 같은 연속적인 구성의 작은 구멍이다. 물론 개성 강한 시청자들이 즐비한 요즘 안방극장에서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일 터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은 단편적이지 않고 포괄적인 개념과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무장한 채 지난 9년간 안방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그리고 시청자가 조력하는 대국민 추격전을 예고하며 대놓고 판을 키울 조짐이다. 제작진은 ‘여드름 브레이크 시즌2’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9년 방영됐던 ‘여드름 브레이크’는 ‘무한도전’이 때마다 추격전을 벌이는 이유가 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할 것인가.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