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두근두근 내인생', 부모라서 괜찮아 이렇게 아파도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8.24 17: 25

시사를 통해 영화를 본 누군가는 부모를 연기하는 배우 송혜교와 강동원에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단다. 부모 연기는 실제로 그렇게 돼 보기 전에는 도전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배우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들의 도전은 확실히 용감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 도전은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됐다.
인생 자체가 두근두근한 한 소년이 있다.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고, 언제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이별할 지 모른다. 이렇게 16세 한 소년의 인생이 두근두근한 이유는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들의 신체나이는 여든. 영화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이 소년을 낳아 키우며 자식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 아빠의 얘기다.
태권도 유망주 대수(강동원)와 가수를 꿈꾸던 미라(송혜교)는 바람부는 날,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아들 아름이를 갖게 된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에서부터 쉽지 않았던 어린 커플. 이들은 역경을 넘어 아름이를 낳고 키우고, 불과 서른 셋의 나이에 16살 아들을 둔 부모가 된다.

대수는 걸그룹을 좋아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탐내는 다소 철부지 아빠이지만, 아들이 자기 아들이어서 너무나 행복한 '친구같은 아빠'이고, 미라는 당차고 씩씩하지만 아들에 대한 걱정과 애틋함으로 남이 보지 않으면 금세 눈물을 적실 것만 같은 엄마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밝고 명랑하기에 더욱 가슴이 싸하다. 마치 '부모라서 괜찮아, 이렇게 아파도'라고 말하는 듯하다.
영화에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깔아놓고 시작하는 영화인 만큼, 큰 사건이 없어도 관객들은 긴장을 탄다. 물론 굵직한 사건이 있긴 하지만 이는 16세 아름이에게 충격적이지 대중에게 크게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아프고 속이 상한 것은, 관객이 곧 대수와 미라이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내 자식에게 생긴 것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부모다.
캐스팅이 소소한 명절 안방 드라마 소재일 수도 있는 이 드라마에 차별화된 색을 입혔다. 송혜교와 강동원. 대중은 곧잘 배우들, 특히 스타들에게 변신이나 도전을 많이 요구하는데, 선택은 배우들 스스로의 몫이다. 그런 지점에서 이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고민이나 진중한 마음이 어느 정도 잘 드러난다.
송혜교의 모성애 연기는 인상 깊다. 실제 친구처럼 지내는 엄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송혜교는 질끈묶은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에 그윽한 듯 사연 깊은 눈으로 미라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그래도 아들에게는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눈에 눈물이 고여도 흘려보이지 않는다.
전작 영화 '오늘'에서 여배우로서 영화에 갖는 열정을 보였던 송혜교는, 프레임 안에서 연기자로서 진중하고 아름답다. '오늘'에서 배우 남지현에게 갖는, 모성과 비슷한 지점에 있던 연기보다 직접적이다.
강동원은 전작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보다는 저 멀리 '그녀를 믿지 마세요' 속 모습과 닮았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수더분한 청년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철 없고 순수한 아저씨다. 참고로, 강동원의 아버지 연기는 처음은 아니다. '의형제'에서도 한 아이를 둔 아버지였지만, 물론 영화의 성격상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대수가 아들이 아버지를 주제로 지은 시를 자랑하는 팔불출 장면에서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어진다.
'국민 엄마', '국민 아빠'란 수식어가 있듯이 정말 엄마, 아빠같은 배우가 그런 배역을 맡는 것도 미덕이 있지만, 이처럼 정형화된 관습을 탈피한 캐스팅도 배우와 관객들에게 큰 재미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영화는 감정을 차근차근 쌓아가서 크게 폭발하는 쓰나미가 아니라, 시종일관 잔잔한 물결과도 같다. 조로증 아들의 한 마디, 글 한 귀절이 차분히 흘러가는 이 영화에 깊이를 더한다.
자신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또래보다 철이 든 아들을 둔 부모는 이런 아들을 통해 외면했던 사람과 소통하고 삶에 대한 흔적을 되짚는다.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잊고 있던 시간이 아들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한 때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부모. 절망과 희망는 언제나 공존하는 동전의 다른 면이다. 
어린 나이에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이들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나와 내 주위의 '평범함'이 감사해 새삼 눈물이 나는 영화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영화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만든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이성민, 김갑수 등이 출연한다. 12세 관람가. 9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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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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