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21살, 만으로 19살의 소녀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곧다. '미녀 파이터'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송가연의 진짜 모습이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는 한 회 내내 송가연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지난 17일 열렸던 송가연의 데뷔전 일주일 전부터 경기 직후까지 송가연의 일상이 가감없이 전파를 탔다.
송가연은 시합 일주일 전, 조세호-이동욱과 함께 고향 제주도를 찾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남긴 조언으로 힘을 얻고 시합에 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송가연은 쉽게 드러내지 못할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는 다정다감했다"며 "초등학교 시절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기고 힘드셨나보다. 도움이 못 돼 드렸다.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라산을 가자고 하셨따. 외로우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에 돌아가셨다"면서 "저는 아버지 때문에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가 쉽게 포기하셨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예기치 못한 죽음이 송가연을 최선을 다하게 만들었다. 또 그는 즐기며 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리며 시합 전 전의를 다졌다.
전의를 다진 송가연은 서울로 돌아와서도 시합을 앞둔 생고생을 이어갔다. 특히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체중 감량이었다. 당초 47.5kg으로 계약된 시합에 응하기 위해선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하기 힘든 수준의 감량이 필요했다. 그는 계체량 체크를 앞두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이후 송가연은 계체량 체크 직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송가연은 극단적인 상태까지 자신을 몰고 가며 시합을 준비했다.
그러나 계체량 체크는 순탄치 않았다. 바싹 마른 입과 홀쭉한 얼굴을 한 송가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체중계에 올랐지만 계약 체중보다 200g이 초과된 것. 여자 선수는 공개 탈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자는 2차 계체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송가연은 그 자리에서 옷을 벗어보였다. 옷 무게를 빼자 47.45kg이 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 끝에 송가연은 물 한모금을 마셨다. "눈치를 보거나 사람들 눈을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계체를 성공해야하기 때문에"라고 밝힌 송가연은 이후 다시 그 나이 또래의 소녀로 돌아갔다. 그는 크림 파스타 한 입에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합은 시작됐고, 송가연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이를 지켜보는 멤버들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걱정과 함께 승리의 기쁨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동욱은 "잘 모르겠다. 우리 가연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고, 조세호는 "진짜 제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냥 눈물이 막 났다. 가연이가 걸어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송가연을 둘러싼 말들은 많다. 미녀 파이터라는 수식어는 그의 이력이 됐지만, 독이 되기도 했다. 데뷔전을 치르기 전부터 송가연이 얻은 유명세는 그에게 일부의 좋지 않은 시선도 가져다줬다.
그러나 송가연은 증명했다. 분명 그는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면서도 경기를 생각했다. 그런 그에겐 미녀 파이터라는 화려한 수식어도 어린 나이에 얻은 유명세도 소용없었다. 그는 그저 시합만을 생각했다.
송가연의 땀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송가연의 모습에 의해 증명됐다. 미녀 파이터에 가려진 진짜 파이터 송가연의 진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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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