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리고 황재균, 고개 들어야 할 때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8.25 06: 21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황재균은 24일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8회초 자신의 송구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기어이 역전을 당하자 심한 자책감을 느꼈다. 수비를 할 때에도, 타석에 들어서도 무거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5-6으로 경기가 끝났다. 롯데 선수들은 매번 하던 대로 더그아웃에서 나와 홈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지만, 황재균은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롯데 선수들이 하나 둘 짐을 챙겨 라커룸으로 향할 때도 황재균은 그대로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결정적인 실책이긴 했다. 5연패 뒤 1승, 그리고 다시 5연패. 롯데는 후반기 추락을 거듭하면서 4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24일 경기에서는 선발 장원준이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 4번 타자 최준석이 홈런 포함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연패탈출이 눈앞에 보였다. 그렇지만 황재균의 실책으로 6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XTM 민훈기 위원은 "황재균 덕분에 롯데가 이긴 경기가 더 많다. 고개를 들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터지긴 했지만, 야수와 실책은 불가분의 관계다. 더군다나 황재균은 올해 공격에서 커리어하이를 달리고 있다. 타율 3할1푼8리에 9홈런 56타점, RC/27(경기당 득점기여)은 5.70으로 9개 구단 주전 3루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자책만 하는 건 선수 본인에게나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마음에 사로잡히게 되면 플레이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다. 실수를 하더라도 고쳐야 할 부분만 가슴에 새긴 뒤 잊어야만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좀 더 뻔뻔해져라'고 주문하곤 한다.
강하고 자신만만한 캐릭터인 황재균이지만 실제 성격은 여린 부분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천재형 선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땀 흘리는 선수가 황재균이다.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팀 분위기 반등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는 황재균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롯데 더그아웃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일부러 더 태연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롯데의 4강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4위 LG에 2.5경기 뒤져 있지만, 여전히 26경기나 남았다.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선발투수 부진은 최근 2경기에서 옥스프링과 장원준이 각각 7이닝씩 책임지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패를 끊기 위해서는 전력이나 작전, 운용도 중요하지만 선수단의 강한 정신력과 기세가 가장 절실하다.
롯데는 작년부터 클럽하우스 곳곳에 야구 명언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다. 더그아웃을 나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명언은 최근까지 지미 팍스의 한 마디였지만, 지금은 저 유명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요기 베라'가 붙어 있다. 지금 롯데가 가장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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