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에 출연한 배우 김구택이 선배 최민식과 촬영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핸드폰’ ‘최종병기 활’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명량’에 출연한 김구택은 극중 이순신 장군의 꿈에 등장해 장군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배홍석으로 출연했다.
배홍석 장수는 원균이 이끈 칠천량 전투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왜군에게 조총을 맞고 사망하며 이순신을 슬픔에 젖게 만든 부하다. 구르지마에 의해 참수된 목이 조선 수군에게 보내져 왜군에 대한 민관군의 공포심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도 등장했다.
명량 전투를 앞둔 이순신이 비몽사몽 상태에서 술병을 들고 “여보게들, 내 술 한잔 받으시게”라며 구슬프게 울부짖는 신에서 최수사, 이수사와 함께 나온 혼령 3인방 중 한 명이었다. 이순신은 이들 덕분에 거북선을 불태우고 그를 암살하려한 역적 배설 장군의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김구택은 문제의 장면에 대해 “최민식 선배와 처음 호흡을 맞춰본 건데 익히 듣던 대로 대단한 포스와 현장 장악력, 대배우의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허설인데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처음 본 조연들에게도 “저 의식하지 마시고 편하게들 연기 하셔라. 그래야 서로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길 수 있다”며 격려했다고 한다.
촬영 중 졸도를 할 만큼 기진맥진한 상태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최민식이 먼저 쉬겠다고 요청한 적이 없었다는 뒷얘기도 덧붙였다. 오로지 감독의 “컷”이 있어야만 앵글 밖으로 나왔다는 전언이다. 최민식의 이같은 모범적인 태도 때문에 촬영장에서 모두 그를 "장군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김구택은 “극중 제 아들 수봉이 이순신 장군에게 제 유품인 갑옷을 물려받고 격군으로 대장선에 오른다”며 “최민식 선배가 조단역 구분 없이 늘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준 건 촬영 전 겸험이 적은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어떤 연기든 다 받아줄 테니 쫄지 말고 자신 있게 덤비라고 한 말씀이 가장 뇌리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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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