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모르는 정찬헌, 불펜 완전체로 진화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25 13: 00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LG 우투수 정찬헌(24)은 만족을 모른다. 무실점 호투를 해도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안 된 부분들을 확인하고 수정한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그 공을 던지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땀 흘린다. 올 시즌 LG 불펜의 핵이자 두 번째 마무리투수가 된 정찬헌이 헝그리 정신과 함께 완전체가 되고 있다.
정찬헌은 지난 24일 사직 롯데전서 대타 박준서와 강민호를 절묘한 너클 커브로 돌려세웠다. 트레이드마크인 불같은 패스트볼이 아닌,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로 삼진을 유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봉중근에게 배운 너클 커브가 이제는 승부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찬헌은 “아직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 구사는 안 되고 있다. 무엇보다 커브가 생기고 나니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같은 다른 변화구가 잘 안 된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정찬헌의 마치 퍼즐을 맞추듯 시즌 내내 고민에 빠져있다. 150km에 가까운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한 후에도 “내가 원하는 최고 구위는 아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체로 밸런스를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며 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투구밸런스를 다잡았다.
결국 이렇게 만족을 모르고 달려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 새로운 투구폼을 익히고 제구력 향상도 이뤘다. 더 이상 정찬헌을 두고 ‘미완의 대기’ 혹은 ‘유망주’라 할 수 없다. 이미 정찬헌은 자기 자신을 강하게 채찍질하면서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로 올라섰다.
정찬헌은 강상수 투구코치의 지도에 따라 오른쪽 팔꿈치 각도를 조절했다. 팔꿈치 각도를 90도에 가깝게 하며 팔이 수직을 이루게 했고, 릴리스포인트도 머리에 최대한 가깝게 가져갔다. 5월까지만 해도 투구폼이 흔들렸으나, 6월부터 새 폼이 몸에 익었다. 정찬헌은 “이제는 팔꿈치 각도를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수직이 된다. 확실히 제구가 더 나아졌다”며 투구폼 변화가 제구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성적만 봐도 투구폼 변화의 효과가 드러난다.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리고 이따금씩 패스트볼이 바깥으로 빠져나갔던 5월까지는 16경기 16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86 8탈삼진 6볼넷을 기록했다. 하지만 6월부터 약 3달 동안 25경기 28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22 29탈삼진 13볼넷으로 다른 투수가 됐다.      
LG 주전포수 최경철은 정찬헌이 시즌 중 성장하고 있는 원인으로 과감함과 자신감을 꼽았다. 최경철은 “찬헌이가 과감하게 커브를 구사하고 변화를 꾀한 투구폼도 안정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지금 찬헌이의 커브는 타자가 예측하고 준비해도 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에도 넣게 되면서 찬헌이가 마음껏 공을 던지고 있다”며 “이렇게 자신감까지 붙으니 갈수록 공이 좋아진다. 어느 타자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예전부터 LG의 차기 마무리투수로 꼽혀왔다. 만일 다음 시즌 봉중근이 선발투수로 돌아간다면, 정찬헌이 LG의 9회를 책임질지도 모른다. 올 시즌 정찬헌이 기록하고 있는 세이브는 미리 보는 승리 마침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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