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난 거지 뭐. 아무리 쉬고 나가도 칠 애야”
23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박석민(29, 삼성)의 2경기 연속 대타 홈런에 대해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했다. 보통 대타로 나설 경우 주전 선수들보다는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석민은 대타로 나서 2경기 연속 홈런(도합 3개)을 쳤으니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표시하는 건 당연했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재능’의 문제라고 했다.
류 감독은 “타고 난 능력이다. 꾸준하게 경기에 나가야 타격감이 살아나는 선수들도 있다. 반대로 박석민은 경기에 못 나가거나 많이 쉬고 타석에 들어와도 칠 선수다”라면서 “우리 팀들 그런 선수들이 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과 같은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예전에 내 현역 때는 강기웅 코치도 그런 스타일이었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말 그대로 천부적인 재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천부적 재질에 피땀 어린 노력을 더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삼성의 ‘천재’들은 삼성의 가공할 만한 타선을 이끌고 있다. 24일까지 100경기를 치른 삼성의 팀 타율이 무려 3할4리에 이른다. ‘3할의 예술’이라고 하는 타격에서 팀 전체가 예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135개의 홈런은 넥센(165개)에 이은 리그 2위다. 정교함과 장타력이 모두 조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류 감독이 말한 천재들이 있다. 4번 최형우는 타율 3할6푼7리, 26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부상 여파가 있었지만 류 감독의 말대로 공백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박석민은 3할1푼3리, 26홈런, 69타점을 기록 중이다. 채태인도 3할2푼2리, 11홈런, 82타점의 고감도 방망이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세 선수가 이루는 삼성의 중심타선은 타율 3할3푼1리를 기록, 리그 최고의 중심타선 타율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승엽 나바로 김상수 박한이가 더해진 삼성의 타선은 말 그대로 빈틈이 없다. 나바로는 팀의 고민이었던 1번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고 이승엽은 지난해의 상대적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9번에 위치하는 김상수도 맹타로 하위타선 팀 타율 1위(.278)을 이끈다. 팀 전체 득점권 타율 1위(.324), 왼손 투수 상대 타율 1위(.325), 구원 투수 상대 타율 1위(.308)도 가공할 만하다. 어쩌다 생기는 빈틈은 신진급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메워주고 있다.
이에 팀 전통을 되살리는 원년이 될지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화끈한 공격의 팀이었다. 마운드에서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타자들의 방망이로 상대를 제압하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특유의 불펜을 중심으로 한 ‘지키는 야구’로 다소간 선회했던 것도 사실. 이런 삼성이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팬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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