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편성이 확정된 드라마 '왕의 얼굴'에 영화 '관상'의 제작사 측이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KBS 측이 이번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관상'을 제작한 주피터필름은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왕의 얼굴'을 편성한 KBS와 제작사인 KBS미디어를 상대로 주피터필름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피터필름은 '관상'의 저작권자인 주피터필름으로부터 허락을 얻지 않고 동일한 내용의 드라마 제작을 진행하는 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주피터필름은 '관상'의 드라마 제작 및 편성을 위해 지난 2012년 공동제작사의 파트너로 KBS미디어와 접촉해 협의하던 당시 시나리오 '관상' 및 드라마 기획안을 KBS미디어에 넘겼고, KBS미디어는 집필할 드라마 작가로 이향희 작가를 언급하기도 했으나, 상호 계약 조건이 합의되지 않아 결렬됐다고 밝히며, "하지만 KBS가 편성을 확정한 드라마 '왕의 얼굴'은 당시 협상이 결렬됐던 팀이 그대로 제작진으로 구성돼 '관상'만의 독창적인 창작 요소를 모방했다"고 말했다. 이는 주피터필름 저작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 즉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주피터필름이 제작한 영화 '관상'이 조선시대 수양대군의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왕위 쟁탈전에 허구의 관상가를 배치하고 주요인물들이 어떤 상을 가졌는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왕의 얼굴'은 조선 14대 왕 선조와 광해군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관상을 소재로 세자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공스토리를 담아낼 예정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등장인물의 얼굴에 동물의 상을 빗대어 왕좌 다툼과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소재의 유사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피터필름의 법무법인 강호는 25일 오후 OSEN에 "KBS가 왜 무리수와 자충수를 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편성권을 가진 슈퍼갑의 횡포"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하며 "제작사가 KBS라는 방송사와 갈등을 빚는 일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방치되면 국내외 거대 자본들이 좋은 한류 콘텐츠를 부정과 불법으로 가로채는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까 싶어 '왕의 얼굴'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KBS 측에서는 드라마 '왕의 얼굴'과 '관상'의 시대적 배경과 러브라인 등이 다르다고 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큰 줄기가 같다. 다양한 관상 중에 얼굴을 테마로 삼고, 동물의 형상과 빗대고, 인물들이 관상을 통해 서로 보완해주는 플롯이 그대로 차용됐다. 그런 구도 속에서 특정 인물의 관상을 바꿔서 운명을 바꾸려는 테마, 또 범인을 찾아내는 부분까지 차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호는 KBS와 KBS미디어가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호는 KBS가 '왕의 얼굴'을 방영할 경우, '관상'의 저작권자인 주피터필름은 '관상'을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부정경쟁행위라는 설명이다.
강호는 "KBS는 공영방송인 만큼,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점, 저작권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 받고 드라마를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관상'이라는 콘텐츠는 주피터 필름이 사활을 걸고 오랜 시간 형성한 부가가치인데, 왜 KBS가 고스란히 뺏어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성공한 한류 콘텐츠가 잘 성장하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현재 드라마국과 제작사 측이 협의 중"이라며 아직 공식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왕의 얼굴'은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 '아이언맨' 후속으로 편성 확정돼 11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SBS '쩐의 전쟁'의 이향희 작가와 KBS 2TV '각시탈'의 윤성식 PD가 호흡을 맞추며 이성재, 서인국 등이 각각 선조와 광해 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jykwon@osen.co.kr
'관상' 포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