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진경의 인생은 그야말로 산전수전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부터 부딪힌 생활고부터 산 넘어 산이었던 결혼의 시작, 그리고 최근 투병까지. 하지만 지금껏 그를 버티게 하고, 강하게 한 것은 그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였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에는 홍진경이 출연해 지금껏 타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고난이 많았던 그의 과거는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홍진경 자신도 “내 인생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고개를 저었다.
홍진경은 자신의 어릴 적에 대해 “나는 없는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아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홍진경이 열여섯 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병으로 쓰러졌다. 어머니는 전업주부였고, 홍진경은 이 때 슈퍼모델 대회에 나가 바로 방송활동을 하며 돈을 벌어 아버지 병원비, 집안 생활비, 동생 학비 등을 모두 대며 소녀가장 역할을 했다. 어린 나이에 분명 쉽지 않았을 텐데도, 홍진경은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 나에게 못해준 것은 있지만 사랑이 없어서 못해준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홍진경의 결혼 이야기였다. 홍진경은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 기습키스를 했다며 당돌한 면모를 과시하면서도, 이후 자신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남편에게 3개월 동안 매달렸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겨우 남편과 행복해진 후에도 시댁의 결혼 반대 때문에 6년 동안 연애를 지속하며 시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홍진경은 이에 대해서도 “이해한다. 내 이미지가 부드럽고 고상한 이미지도 아니라 걱정스러우셨을 것”이라며, 오히려 떠나지 않고 곁을 지켜준 남편에게 또 한번 고마워했다.
결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녀가장이었던 홍진경에게는 결혼식을 할 돈이 없었던 것. 그는 2003년 당시 방송활동을 원활히 하고 있었는데도 전 재산이 2천만 원이었다며, 혼수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긍정의 화신 홍진경은 기도로 마음을 달래고 그나마 있던 2천만 원마저 돈이 필요하다는 친척 식구에게 양보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보답 받기라도 한 듯, 홍진경은 결국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고, 지인들의 선물로 대부분의 혼수 물품을 무리 없이 준비하게 됐다.
이후 찾아온 또 다른 큰 산은 바로 임신이었는데, 홍진경은 7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홍진경은 한 번의 시도도 큰 용기가 필요한 시험관 아기 시술을 7년 동안 끊임 없이 도전했다. 이렇게 해서 얻게 된 딸 라엘이는 홍진경에게 얼마나 소중할까. 계속해서 닥친 역경에도 포기 하지 않고 달려온 그가 경이롭게 보인 순간이었다.
이처럼 매번 인생의 파도를 넘어 온 홍진경은 최근까지도 병을 앓았다. ‘예능인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투병 사실을 숨겨왔던 홍진경은 “이제 치료도 잘 끝났고 낫는 일만 남았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홍진경의 남편은 “진경씨는 성격이 정말 밝다. 금방 나을 것이라며 옆 사람들도 편하게 힘 나게 해 줬다”며 “진경씨가 앞으로도 더 웃기고 재미있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 더욱 훈훈함을 자아냈다.
누구든 절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 아니지만, 홍진경은 정말 지금의 자신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가꿔온 사람이다. 시청자들에게는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는 그이지만, 그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니 듣는 입장에서 숙연해질 정도였다. 위기를 많이 겪으면서도 홍진경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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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