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3년 연속 야수 위주로 신인을 지명했다. LG는 지난 25일 열린 프로야구 2차 지명 회의에서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10명 중 8명을 야수로 선택했다. 이로써 최근 3년 연속으로 지명 회의 야수 비율이 60% 이상을 차지, 야수진 리빌딩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는 3년 동안 내야수와 외야수 그리고 포수까지 고르게 야수진을 보강했다. 올해 1차 지명으로 덕수고 포수 김재성을 지명했고, 2차 상위라운드서 외야수 안익훈 최민창, 내야수 백승현 박지규, 포수 정규식을 뽑았다. 지난해 2차 1라운드 외야수 배병옥에 이어 2년 연속 1라운드서 외야수를 선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된 포수난을 극복하기 위해 1차 지명 포함 2명의 포수를 잡은 것도 눈에 띈다.
수비에 중점을 둔 지명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드래프트에 앞서 “거포보다는 빠른 교타자나 수비가 좋은 야수를 뽑을 확률이 높다. 투수는 대학이나 고교 모두 좋지 않다더라”는 힌트를 전한 바 있는데, 그대로 반영됐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외야수비 폭이 넓은 안익훈과 최민창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이다. 내야수 백승현도 당장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양 원더스 주전 포수 정규식은 퓨처스리그 경험이 있는,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LG는 앞으로 투수력과 야수들의 수비력을 앞세운, 지금보다 강한 ‘지키는 야구’를 펼칠 확률이 높다. 이미 2년 연속 마운드의 힘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 향후 투수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야수진을 구축하려고 한다. 내야는 물론, 외야서도 넓은 수비 범위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LG의 구상이다.
매년 수비에서 함께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보다 약한 외야진이었으나, 몇 년 후에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배병옥 안익훈 최민창이 1군 선수로 성장하는 순간, LG 외야진도 정수빈이나 민병헌 못지않은 수비를 자랑할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전략은 ‘기존 투수진 보호’다. LG는 2013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명단, 2012 NC 특별지명 20인 보호명단에 투수들을 많이 넣었다. 심지어 2군서 두각을 드러냈던 채은성도 작년 40인 보호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육성 중인 신예투수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올 시즌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보호명단에 묶어둔 정찬헌이 맹활약 중인 가운데, 함께 보호명단에 있었던 임정우와 신동훈도 불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KT 20인 보호명단에는 봉중근 이동현 류제국 신재웅 우규민 유원상 정찬헌 윤지웅 임정우 임지섭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시즌 후 군복무 예정인 신정락, 현재 군복부 중인 임찬규와 최성훈, 아직 신고 선수 신분인 이형종은 향후 LG 마운드의 중심이 될 수 있다.
KT 20인 보호명단에도 투수보다는 야수가 풀릴 확률이 높다. 신예 야수는 신인지명 회의를 통해 보강하고, 투수들은 묶어두는 전략이다. LG의 마스터플랜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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