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이 아닌가 싶어요”
프리에이전트(FA) 시즌에 부상으로 결장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물어봤다. 그러자 최정(27, SK)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의외였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정은 음지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칼을 뽑아든 지금, 최정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함이 증명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3루수로 손꼽히는 최정은 부상으로 올 시즌 상당수 경기에 결장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5월 17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웬만한 통증은 참고 뛰는 선수였기에 더 충격은 컸다. 재활군에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훈련했으나 통증이 허리에서 어깨, 목으로 올라온 바람에 복귀 시점은 하염없이 미뤄지곤 했다. 총 34경기에 결장한 채 7월 6일에야 1군에 재합류했다.

최정은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메이저리그(MLB) 등 해외 진출설도 나돈다. 그래서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했다. ‘100억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높은 자신의 가치에 쐐기를 박아야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이 터져 나왔다. 선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정은 아쉬움보다는 얻은 것이 많은 시기였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좌절의 시기였지만 당시를 회상하는 표정도 나쁘지 않다.
최정은 “차라리 FA시즌에 그런 일(부상)을 겪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 많은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데뷔 이후 SK의 주전 3루수와 국가대표 주전 3루수 등을 두루 꿰차며 쉴새 없이 달려온 최정이었다.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를 돌아볼 여유는 부족했다. 그런 최정은 부상이라는 좌절 속에서도 그 시간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조용히 자신을 돌봤다.
그런 최정은 복귀 후 맹타를 터뜨리고 있다. 타율이 3할7푼7리, 홈런이 6개, 타점이 32개에 이른다. 4월부터 6월까지 쌓았던 홈런과 타점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김현우를 상대로 기록한 우월 홈런은 최정의 감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현우가 못 던진 공이 아니었다. 완전히 볼이었는데 그걸 쳐 우측 담장을 넘기더라”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최정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어차피 시즌을 치르다보면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 지금은 올라갈 때인 것 같다. 그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많은 생각 없이 타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정도”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부상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클 법도 하지만 최정은 “FA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대박보다는 야구를 오래 하는 것”이 목표라는 최정에게 두 달의 공백은 근사한 구름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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